[콘텐츠칼럼]멀리 돌아가는 길이 지름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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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블루홀 경영이사

지난 몇 달 동안 블루홀이 출시한 국산 PC게임 '배틀그라운드'가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과 방송 플랫폼 트위치 차트를 휩쓸며 화제를 모았다.

스팀 얼리억세스 출시 13주 만에 누적 매출 1억달러, 판매량 400만장을 돌파하며 기염을 토했다. 배틀그라운드는 이제 '도타2' '하스스톤' '리그오브레전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게임 자리에 올랐다.

글로벌 콘텐츠로 미국, 중국, 유럽, 독일, 영국 등 전통으로 게임이 강세인 국가에서 흥행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한국과 일본이 그 뒤를 바짝 뒤쫓으며 인구 수 대비 높은 판매량을 나타내는 이른바 '역수출 현상'까지 나타났다.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대세인 국내 시장에서 장르조차 생소한 배틀로열(생존을 주제로 한 콘텐츠를 일컫는 용어) 게임이 성공한 배경을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을 줄 안다.

'배틀그라운드'의 성공 요인으로 크게 △글로벌 플랫폼 활용 △커뮤니티 기반의 소통 중심 개발 △글로벌 협업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배틀그라운드'는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과 방송 플랫폼 트위치를 통해 해외 시장 진출의 기회를 엿봤다. 스팀과 트위치는 해외 코어 유저들에게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하다. 게임 콘텐츠가 훌륭하면 순위가 올라가고 노출이 늘어나 시청률과 판매율이 상승하는 선순환 구조를 띤다.

'배틀그라운드'는 이 같은 플랫폼을 십분 활용, 대규모 마케팅 비용 없이 게임성만으로 승부해 흥행을 끌어냈다. 초기부터 유저들과 소통하며 개발을 진행해 온 점 역시 성공 요인의 하나다. 미완성 게임을 유저들에게 선보이는 스팀 얼리 엑세스 방식을 통해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유저 피드백을 듣고 반영하기 위해서다.

개발 기간의 20% 정도를 테스트에 할애해서 개발과 커뮤니케이션을 병행, 유저들 간 신뢰를 쌓고 자발성에 따른 지지와 서포트를 끌어냈다. 글로벌 협업 프로젝트란 점도 주효했다. 글을 읽는다고 그들 문화를 잘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배틀로열이란 장르가 한국인 개발자만으론 만들기 어려운 장르다. 배틀로열 장르에 정통한 전문가를 영입, 다년 동안 집적된 노하우를 반영했다. 그 외에도 폴란드, 미국, 러시아, 스페인 등 약 8개국의 외국인 개발자들이 한국에 이주하거나 화상 회의로 제작에 참여했다.

무엇보다 '배틀그라운드'의 가장 큰 성공 비결은 기본에 충실하고 콘텐츠 본질에 집중한 점이다. 그러한 개발 환경을 제공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블루홀이 추구하는 게임 제작 가치가 크다.

'배틀그라운드'는 생소한 장르, 개발 방식, 유통 방식, 패키지 시장 등 모든 점에서 전례가 없던 프로젝트였다. 대중성을 추구하는 한국 개발 문화와 대척점에 있었기 때문에 철저한 시장 조사와 설득 과정이 수반됐다.

게임은 흥행 산업이기 때문에 누구도 흥행을 점칠 수 없고, 실패를 더 많이 하는 것은 필연이다.

그래서 실패도 잘해야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배틀그라운드'는 철저한 준비 과정을 통해 설령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실패를 통해 배울 점이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블루홀은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양질의 게임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 왔다.

대표 온라인게임 '테라'도 국산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기준으로 다양한 나라에서 성과를 냈다. 모바일게임 '볼링킹'과 '아처리킹'도 같은 맥락이다. '배틀그라운드' 같은 게임이 나올 수 있게 된 것도 블루홀이 대세 지향을 따르기보다 조금 더 본질에 가까운 가치를 고민하고 장인 정신으로 게임을 만들자는 생각을 하고 있은 덕이 크다.

안전한 길이 가장 위험할 수 있다. 남들도 다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대세를 좇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마니아가 많아지면 대중이다. '배틀그라운드'는 멀리 돌아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가장 빠른 길이었다.

김정훈 블루홀 경영이사 PUBG_KR@blueho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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