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하드웨어(HW)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SW), 콘텐츠 등 다양한 산업을 형성하면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TV, PC, 모바일에 이어 '제4 스크린'으로 주목받으면서 디지털 사이니지 제조사 간 기술 경쟁도 치열해졌다. TV 시장의 단골 경쟁 요소인 화질, 화면 크기, 운용 기술이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으로 옮겨가면서 기업 간 디스플레이 전쟁 '2 라운드'를 방불케 한다.
◇삼성-LG 양강 구도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3년부터 20% 후반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보,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LG전자도 2014년 세계 2위 자리에 등극, 삼성전자와 왕좌를 놓고 다투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디지털 사이니지를 두고 총성 없는 전쟁을 펼치는 이유는 시장 성장세 때문이다. 매년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은 제조사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을 정도로 매력이 있다.
시장조사 업체와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은 193억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2020년에는 314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연 평균 12.9% 성장률이다. 단순한 광고 플랫폼 역할이 아니라 또 하나의 미디어로 부각되면서 공공, 상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수요가 커졌다. 업계에서는 TV, PC, 모바일에 이어 디지털 사이니지를 '제4 스크린' '제4 미디어'로 부를 정도다.
국내 시장도 매력 만점이다. 2014년 국내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은 생산 기준 1조9000억원 수준이다. 세계 시장 비중 11%를 차지할 정도로 의미 있는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2020년에는 4조원 이상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연평균 13.4% 성장률로 세계 시장 성장세보다 빠르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 성장 잠재력뿐만 아니라 기술 구현에서도 국내 제조사는 우위를 점할 수 있다. TV 제조 기술을 디지털 사이니지에 확대 적용함으로써 시장 주도권을 쉽게 확보할 수 있다.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은 TV에 이어 세계 최고 디스플레이 기술력을 가늠할 수 있는 또 다른 척도다. 삼성과 LG가 디지털 사이니지를 두고 각축전을 펼치는 배경이다. 세계 1위 디스플레이 기술 기업의 승부가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으로 옮겨 가고 있다.
◇끝없는 화질 경쟁 'OLED vs QLED'
TV 화질 경쟁을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으로 확대하며 먼저 포문을 연 건 LG전자다. LG전자는 2016년부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반의 디지털 사이니지를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섰다.
OLED는 백라이트가 없어서 액정표시장치(LCD) 사이니지보다 두께가 얇다. 곡면 모양의 디지털 사이니지 제품도 만들 수 있다. 다양한 환경에 디지털 사이니지를 설치할 수 있다는 의미다. LG전자는 블랙을 잘 표현할 수 있다는 점과 여러 각도에서도 색상 왜곡이 없다는 OLED의 특징을 강조하며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을 공략했다.
화질 경쟁은 삼성전자가 올해 초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사이니지를 공개하면서 본격화했다. 삼성전자는 CES 2017에서 QLED TV 신소재 메탈 퀀텀닷 기술을 그대로 적용한 사이니지 제품을 선보였다. 무기물인 양자점(퀀텀닷)을 적용한 디스플레이로 유기물인 OLED와 비교된다. 삼성전자가 어떤 밝기에서도 완벽한 색을 나타내는 컬러 볼륨 100% 구현을 강점으로 앞세운 기술이다. 삼성전자가 QLED 사이니지를 출시하면서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에서 'OLED vs QLED' 대결 구도가 고착화했다.
TV 시장처럼 디지털 사이니지에서도 OLED와 QLED의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TV와 달리 실외용으로도 많이 활용되는 디지털 사이니지의 특성까지 고려하면 기술 우위를 속단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외용 사이니지 제품은 아직 비중이 작지만 앞으로 5년 동안 88% 가까운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주변광, 태양광, 전면 조명 등 실외용 사이니지는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면서 “디스플레이에 따라 시장 수요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운용체계 격돌 '독자 생태계 확보'
삼성과 LG는 운용체계(OS) 독자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삼성이 주도하는 타이젠과 LG의 웹OS다. 스마트 TV를 중심으로 OS 경쟁을 해 온 두 회사가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에서도 정면 대결을 펼치고 있다.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에서 타이젠과 웹OS가 맞붙은 것은 지난해부터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6월 미국에서 열린 '인포콤 2016'에서 타이젠을 적용한 디지털 사이니지를 처음 공개했다. 한발 앞서 웹OS를 디지털 사이니지에 적용한 LG전자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열린 인포콤 2017에서 타이젠 3.0을 적용한 사이니지 신제품을 선보이는 등 타이젠 생태계 확산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에서 OS가 중요해진 건 생태계 때문이다. 사이니지 제품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진화하면서 애플리케이션(앱) 등 솔루션 활용 가능성이 짙어졌다. 단순히 화면만 보여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스마트폰이나 다른 정보기술(IT) 기기와 연동, 차별화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탈바꿈했다. 디지털 사이니지 OS가 여러 솔루션을 품고 자체 생태계를 확보하는 것이 경쟁력이 됐다.
삼성전자는 타이젠 3.0을 적용하면서 KNOX 보안 솔루션을 활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외부 공격에서 사이니지 HW와 여러 앱을 보호할 수 있도록 성능을 개선했다. 기업간거래(B2B) 솔루션 협력사에 보안 응용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제공,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했다. LG전자도 스칼라, 인더스트리웨펀, 가우디 등 디지털 사이니지 SW 업체와 협력해서 웹OS에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선보인 바 있다.
<표>디지털 사이니지 시장 전망
출처 : 미래창조과학부,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 활성화 대책(안)
<표>디지털 사이니지 제품별 성장률
자료 : 삼성디스플레이
<표>디지털 사이니지 산업 효과
자료 : 산업연관표(한국은행) 기반 도출된 유발계수 적용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