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컨트롤타워 생겼지만…역할·위상에 물음표

새 정부 과학기술 정책·예산 컨트롤타워를 맡을 '과학기술혁신본부'를 두고 관가와 과학계 의견이 분분하다. 국정 운영에서 과학기술 위상이 높아진 것에는 공감하지만 실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견이 갈린다.

차관급 조직이지만 규모와 기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로 부여받은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지출한도(실링) 설정권 역시 본부장 인선에 따라 실효가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

13일 관가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 내 설치되는 과학기술혁신본부는 과학기술정책국, 연구개발투자심의국, 성과평가정책국 3개국으로 구성된다. 차관급 조직이지만 본부 내 실장급(1급) 보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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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국은 기존 미래부의 과학기술정책관, 연구개발투자심의관, 연구성과정책관 업무를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책관, 연구개발투자심의관, 미래인재정책국을 총괄했던 과학기술전략본부(1급 보직)는 사라진다.

실장 없는 3국 규모 조직이 혁신본부 위상과 역할에 뒤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부는 새 정부에서 모든 부처 R&D를 총괄하는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한다.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이 기능을 수행할 핵심 조직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미래부 역할 강화에 힘을 실었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13일 “13개 부처에서 나뉘어 추진한 R&D 지원 사업에서 기초·원천 기술 분야는 미래부로 통합해야 한다”면서 “적어도 국책연구원 등의 연구 추진은 미래부가 주관하는 방법, 원칙, 철학, 평가 체계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본부장 인선도 화두다. 새 정부가 과학기술혁신본부의 R&D 예산권을 대폭 강화했기 때문이다. 국가 R&D 사업 예비타당성조사 권한, 지출한도 설정 권한(기획재정부와 공동 설정)까지 가져왔다. 본부장이 국가 R&D 예산의 '키'를 쥔다. 혁신본부는 참여정부 때도 운영됐지만 이만한 예산권은 없었다.

국가 R&D 정책의 독립성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지금까지 미래부는 기재부가 설정한 지출 한도 내에서 사업별 R&D 예산을 심의·조정했다. 500억원 이상 규모 대형 과제는 기재부 예타 승인 없이는 추진하지 못했다.

과학계가 경계하는 시나리오는 혁신본부장 자리에 타 부처 출신 관료가 파견되는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과기혁신본부장을 기재부 출신이 맡은 전례가 있다. 이번에도 기재부 출신이 파견되면 국가 R&D 예산이 '돌고 돌아 기재부'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기재부 '출신' 관료와 기재부 '현역' 관료가 R&D 예산 실링을 공동 설정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예타 권한 역시 표면상 과학기술 부처(미래부)로 이관했지만 실제로는 기재부 입김 아래 놓인다. 과학계가 꾸준히 요구한 '독립성과 실질 예산권을 가진 컨트롤타워'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과기계 관계자는 “국가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로서 혁신본부는 실질적인 예산 배분, 조정권을 가질 때 의미가 있다”면서 “과학기술과 혁신 관점에서 국가 R&D 예산을 독립적으로 바라봐달라는 게 과학계의 요구”라고 설명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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