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트]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빅머니'에서 '굿머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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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2004년 데이비드 블러드 전 골드만삭스 자산운용부문 최고경영자(CEO)가 회사를 떠나면서 '다음 세대를 위한 투자'를 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제정신이 아니라고 했다.

데이비드 블러드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고 앨 고어 미국 전 부통령과 함께 기후변화, 환경, 노동 등 사회 문제 해결을 돕는 투자회사 제너레이션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를 설립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이를 두고 “1%를 위한 자본시장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자본시장을 만드는 꿈”이라고 설명했다.

증권회사 애널리스트로 잘 나가던 류 대표도 비슷한 시기 같은 꿈을 가졌다. 기업 지배주주의 이익만 챙기는 '빅머니'가 아닌 사회 전체를 위한 투자 '굿머니'의 고민이다.

결국 유학길에 오른 류 대표는 영국 런던에서 사회책임투자에 눈 떴다.

류 대표는 “성숙된 자본주의는 경제적 풍요로움만을 말하지 않는다”면서 “런던에서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2006년 '지속가능한 투자'를 의미하는 서스틴베스트를 창업했다.

서스틴베스트는 사회책임투자(Social Rsponsibility Investment)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사회적금융이나 임팩트투자는 사회적기업이나 소셜벤처 등 사회적 가치 창출 기업에 투자하지만, 사회책임투자는 일반 기업이 투자대상이다.

SRI는 그동안 매출, 이익 등 기업의 유형재산 평가에 비해 등한시됐던 비재무적 요소를 분석하고 투자해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한다.

단기 수익률에 치중하지 않고, 환경·노사문제·리더십·소비자 관계 등을 두루 평가해 투자한다. 이 때 환경, 사회, 지배구조(Environmental, Social, Corporate governance, ESG)를 전문적으로 분석해 투자전략을 돕는 씽크탱크 역할을 하는 것이 서스틴베스트다. SRI는 기업 경영에서 '외부화' 시켜놓는 위험 요인을 파악하는데 적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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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류 대표는 “예를 들어 폭스바겐 매연 배출량 조작 사건은 'ESG'사건의 종합선물세트”라며 “디젤차 환경규제가 까다로워지니 매연 배출량을 조작한 것인데, 한달 만에 주가가 40% 폭락하고 소비자 신뢰까지 무너졌다”고 말했다.

재무제표만큼이나 기업 경영에 ESG가 중대한 '우발 채무(리스크)'가 될 수 있는 것을 각인시킨 사례다. 우리나라도 국민연금이 미세먼지 발생이 많은 석탄화력발전소에 2조원을 투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류 대표는 “쉽게 이야기하면 결국 사회책임투자는 사람중심 투자를 의미한다”며 “선진국에서 이미 보편화됐고, 일본과 중국도 우리보다 앞섰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점진적 변화에 기대를 걸었다. “처음 회사를 설립할 때는 혼자 사막을 걸어가는 기분이었지만, 이제는 '더 나은 사회'라는 가치를 믿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명희 경제금융증권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