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기본료 인하 대상을 2세대(2G), 3G 사용자와 롱텀에벌루션(LTE) 망 이용자 일부로 한정했다. 기존 기본료 전면 폐지 방침에서 후퇴했지만, 통신산업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이동통신사 고민은 종전과 마찬가지다.
최민희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2분과 자문위원은 7일 “미래부에 9일까지 새로운 기본료폐지 방안 마련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최 위원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통신비 인하 공약이 통신사에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통신 기본료를 폐지한다는 것이 정확한 공약”이라며 “대상은 기본료가 포함된 2G, 3G 요금제와 LTE 일부 요금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통신 기본료를 인하하면 이동통신사가 약 7조원에 이르는 이익을 잃는다고 주장하는 건 전 국민 요금을 인하한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안다”며 “공약은 정확하게 소외계층, 저소득층의 기본요금 폐지”라고 거듭 강조했다.
기획위는 이날 통신비 인하 방안을 주제로 비공개 실무회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렇다할 대안을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위는 미래부에 2G·3G 위주 기본료 인하도 가능하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새로운 대안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래부는 고민은 깊어졌다. 미래부는 이날 오후 이동통신 3사 마케팅부문장급 임원과 대책을 논의했다.
하지만, 2G·3G·LTE 일부 가입자 기본료를 인하할 법적 근거가 여전히 없는데다, 이용자 차별 문제가 새로운 고민으로 떠올랐다. 4월 현재 2G·3G 가입자 수는 약 820만명, LTE에 기본료가 포함된 표준요금제 가입자는 100만명대로 파악된다. 소득이 아닌 특정 통신방식을 기준으로 기본료를 폐지하는 통신서비스 이용자 차별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이동통신사와 알뜰폰은 특정 가입자 2G·3G 기본료 폐지로 인한 수익 타격 역시 부당하다고 호소한다. 2G·3G 기본료를 폐지하면 연 1조2000억원~1조5000억원 수익이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형 이통사가 저가 요금제 위주로 기본료를 폐지하면, 알뜰폰은 가격경쟁력을 상실해 존립을 위협받게 된다.
무엇보다도 졸속 우려가 크다. 이통사 관계자는 “통신사의 수익 수조원대를 좌우하는 기본료 폐지 문제를 기획위가 압박한다고 해서 사흘 만에 마련하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한 결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획위는 전날 임명된 김용수 차관을 거론하며 대안 마련을 강력하게 압박했다. 최 위원은 “김 차관은 통신 분야 최고 전문가로 알고 있다”면서 “김 차관이 문재인 대통령 공약의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가져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획위는 미래부와 이동통신사 등 산업계, 시민단체의 의견도 수렴하기로 결정했다. 최 위원은 “이동통신 대리점 관계자와 교수 등 전문가 조언을 듣고 있지만 부족하다고 판단됐다”면서 “이번 주까지 대안을 마련하는 시민단체와도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동통신사에 대해서는 기업 압박 논란을 의식해 직접 만나지 않고 서면 보고로 대체하기로 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