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규모 절반 이하로 줄어…효율성 저하 ‘외딴섬 될라’
청와대가 과학기술보좌관실을 신설했지만 조직 규모가 적어 범부처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주도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과기보좌관은 전 정부의 미래수석과 동일하게 차관급을 유지했지만 조직 규모는 절반 이하로 줄었다. 정책실 산하 수석실과 업무 공간을 분리, 외딴섬에 뒀다. 업무 효율성 저하 우려까지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격상된 과학기술자문회의와 신설된 미래부 과학기술혁신본부까지 아우르는 긴밀한 소통 체계가 발휘될 지 걱정이 크다.
7일 청와대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과기보좌관실은 비서관 없이 행정관 2명으로 운영된다. 과기보좌관실은 박근혜 정부 미래수석실이 맡은 업무에서 기후 환경 업무를 제외한 과학기술과 정보방송통신 업무를 모두 이관 받았지만 조직은 절반 이상 잘려 나갔다.
조직 규모만 놓고 보면 신설 취지인 4차 산업혁명 대응, 과학기술 정책 조율과 기획 등에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함께 신설된 경제보좌관도 동일한 조직 규모지만 경제수석실이 별도로 있어 전 정부 대비 조직은 확대됐다.
과기보좌관의 업무 공간도 경내 경호청사로 배정받았다. 정책실 산하 일자리수석, 경제수석, 사회수석실 등은 모두 여민2동에 자리 잡았다. 사실상 업무동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간에서 떨어지면서 과학기술 정책 목표이기도 한 일자리·경제 문제 해결과의 원활한 협업이 이뤄질지 의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래수석실이 없어진 데다 공간 부족으로 보좌관실만 경호청사로 분리됐다”면서 “서너명밖에 일할 수 없는 좁은 공간이어서 예전에 비해 ICT·과학기술 위상이 청와대 내에서 아주 도드라진다고 볼 수는 없다”고 털어놨다.
과기보좌관은 대통령이 의장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의 간사 역할을 맡는다. 행정관 2명 조직으로 국가 과학기술 비전 전체를 다듬는 간사 역할을 충실히 이뤄낼 지 의문이다. 4차 산업혁명위원회까지 가동하면 과기보좌관 업무 범위는 더 넓어진다.
청와대는 과학기술보좌관 실행 조직으로 미래부에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설치했다. 그러나 역할 구분이 명확치 않다.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청와대 과기보좌관과 같은 차관급 보직이지만 그보다 높은 처장급 보수를 받고, 국무회의에도 배석한다. 과학기술 정책, 연구개발(R&D) 예산 배분, 평가까지 강력한 권한을 쥔다. 이런 상황에서 과기보좌관이 확실한 자기 영역과 범위를 찾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과학기술계에선 벌써부터 과기보좌관 역할과 입지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학계의 한 기관장은 “이 정도 규모의 과기보좌관 조직으로는 상황 점검밖에 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서 “과학기술 정책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일 뿐만 아니라 특보(특별보좌관) 역할 정도로 업무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보좌관 역할을 강화하고 전담 비서관을 두자는 주장이 나온다. 정책실 직속 보좌관은 미래 전망과 거시 전략을 제시하고, 과학계 소통과 정책 조율 역할은 경제수석실 산하 과학기술비서관이 맡는 모델이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