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SK하이닉스 파운드리 경쟁력 확보 묘수는 '분사'… 권한·책임경영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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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사업부 분사 결정은 부진한 실적을 일신하기 위한 묘수로 꼽힌다. 책임경영으로 자생력과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지난해 파운드리사업에서 거둬들인 매출액은 1억400만달러(약 1200억원) 수준이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전체 매출(17조1980억원)에서 파운드리사업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1%가 채 안 된다. 수년째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회사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D램 사업은 물론 성장 여지가 큰 낸드플래시 사업과 비교하면 전사 차원의 지원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메모리 시장 호황으로 SK하이닉스는 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메모리 관련 사업부는 축포를 터뜨리는 분위기지만 파운드리사업부 내에선 전사 차원의 실적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는 일종의 자책감도 있은 것은 사실이다.

충북 청주 M8 200㎜ 공장에서 근무하는 파운드리사업부(옛 M8사업부) 임직원은 SK그룹 편입 이전부터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 확대를 요구했다. 그러나 비주력 사업부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도가 아주 없지는 않았다. SK하이닉스는 2014년 삼성전자 출신 사장급 인사를 영입하고 파운드리 사업 확장을 추진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이 작업은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았다. 적자는 이어졌다.

SK하이닉스가 추진한 파운드리 전략은 다품종 소량 생산이다. 초고집적 공정으로 대형 고객사 영업에 집중, 단품종 대량 생산 체제를 확립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 모델과는 차이가 있다. 다품종 소량 생산은 복잡성이 높고 칩당 생산 단가는 낮다. 연매출 20조원 이상을 바라보는 SK하이닉스 내에서 이 같은 사업 체제를 확립하기란 고정비 측면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분사다. 7월 1일자로 파운드리사업부를 분리시키고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신설한다. SK하이닉스는 자회사 형태의 독립 법인을 설립하면 책임 경영이 강화, 실적 개선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한도 커진다. '성장'이라는 전제가 따르지만 이를 충족시키면 다른 데 눈치 볼 필요도 없이 허락된 한도 안에서 회사 경영진의 판단 아래 자유롭게 인력 및 물량 투자가 가능하다.

파운드리사업부가 독립하면 고객사 영업도 더욱 자유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독자 브랜드 사업을 하면서 파운드리 영업을 할 경우 '우리 설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고객사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하는 과제가 있다. 독립 법인이 출범하면 칸막이 효과가 생기기 때문에 이런 우려를 쉽게 잠재울 수 있다.

시장 환경은 우호적이다. 현재 세계 200㎜ 파운드리 공장은 사물인터넷(IoT)과 지문인식센서 집적회로(IC)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 '풀가동'을 유지할 정도로 호황이다. SK하이닉스 파운드리사업부는 현재 주력인 저화소 CMOS이미지센서(CIS), 디스플레이구동드라이버IC(DDI), 전력관리칩(PMIC)에다 지문인식센서IC, 포스터치IC 등을 신규 생산 품목으로 정하고 현재 공정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SK가 파운드리사업을 성공리에 키우면 국내 팹리스 생태계 강화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해외로 나갈 필요 없이 국내 공장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공정을 개발해 여러 고객사의 요구를 맞추는 것이 중단기 과제”라고 설명했다.

신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SK하이닉스 디자인하우스 자회사인 실리콘화일과 긴밀한 협업 체계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디자인하우스는 팹리스와 파운드리 중계 역할을 담당한다. 팹리스가 칩 설계 코드를 짜서 보내면 디자인하우스는 파운드리 공정 지식재산(IP)에 맞춰 실제 웨이퍼 공정에 활용될 마스크 제작과 테스트를 맡는다. 파운드리에서 칩 생산이 끝나면 이를 건네받아 팹리스 고객사에 전달하는 역할도 디자인하우스가 한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중 분사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장기로는 이익률이 확대될 것으로 증권가 연구원은 분석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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