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디스플레이 1등 국가에 1등 이벤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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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디스플레이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행사를 꼽으라면 단연 미국 '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의 '디스플레이 위크'를 꼽는다. 미국에서 열리는 이 연례 행사는 논문 발표 중심의 학술대회를 넘어 마케팅·영업 등 비즈니스 영역까지 포괄하는 디스플레이 대표 행사로 발전했다. 국내외 디스플레이 전문가들은 “세계 디스플레이 기술의 흐름과 발전 방향을 보고 싶다면 SID에 꼭 가 보라”고 조언한다.

SID 디스플레이 위크 기간에는 다양한 연구 논문 발표를 넘어 내로라하는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첨단 제품과 기술을 전시한다. 올해에는 한국 중소기업의 참여가 더 활발해 보인다. 해외 전시에 참여하는 비용과 시간 부담이 크지만 이를 감수할 정도로 SID는 세계 유수의 전문가들이 모여드는 대표 행사다.

한국은 지난 15년 동안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1위 국가로서 시장 점유율은 물론 첨단 기술 개발에도 단연 앞서 왔다.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 일본을 추격하는 패스트 팔로워였다면 새로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에서는 없던 시장을 형성하고 성장시키는 퍼스트 무버로 성장했다.

한국이 세계 디스플레이 기술과 상용화 시장 발전을 주도했지만 정작 세계에서 주목하는 대표 전시회나 학술대회는 보이지 않아 아쉽다. 미국 SID, 일본 국제디스플레이워크숍(IDW)과 함께 세계 3대 디스플레이 학술대회로 꼽히는 국제정보디스플레이산업대전(IMID)이 있지만 모바일 기기와 생활가전 등 세트 중심으로 전시하는 한국전자전과 2008년에 통합되면서 전문 행사로 성장하지 못했다. 일반인 중심의 세트 중심 전시와 병행하다 보니 전문가 중심의 부품·소재·장비 전시를 업계 전문가들이 찾지 않게 된 것이다.

OLED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세계 디스플레이 기술 주도국 이미지를 확고히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 일환으로 8월과 10월로 분리해 열리는 IMID 학술대회와 IMID 전시회를 다시 통합해 세계적인 전문 행사로 발전시키기 위한 준비 작업이 디스플레이학회와 협회 중심으로 시작됐다.

취재차 지난해 중국에서 열린 '세미콘 차이나'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매년 규모가 빠르게 성장, 현지인도 놀랄 정도였다.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전시회'가 어떤 것인지 체감하기 충분할 정도였다. 고객사 때문에 의례로 참여하는 국내 행사와는 차원이 달랐다.

최근 중국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강력한 후발 주자로 떠올랐다. 중국은 기업과 정부 모두 시장성뿐만 아니라 기술 주도권까지 모두 움켜쥔 '상징성'을 보여 주고 싶어 한다. '디스플레이 후발국이니까'라고 치부하기에는 속도가 너무 빠르고 체계화됐다.

서구권에 SID가 있다면 아시아 대표 행사는 한국의 IMID가 돼야 할 것이다. 후발 주자에게 현재와 미래의 스포트라이트를 넘기면 안 된다. 세계 디스플레이 기술의 리더 자리를 계속 유지하는 부담과 책임은 산·학·연·관 모두에게 동기 부여가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더 많은 관심과 지원도 필요하다. 대형 컨벤션 경험이 다소 부족한 만큼 외국인 참가자가 수월하게 비즈니스와 관광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를 더 보강해야 한다.

세계를 뜨겁게 달굴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과 이를 탑재한 신제품 공개 이벤트가 한국에서 화려하게 열릴 날을 기대해 본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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