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산업에서 미세공정화(회로선폭 축소)는 중요한 기술 요소다. 치킨게임이 빈번한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미세화 기술은 절대적인 경쟁력이 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성공신화는 뼈를 깎는 미세공정 선행 기술 개발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최근 수립한 반도체 18나노 이후 공정 로드맵을 보면 상황이 달라졌다. '공정 미세화를 통한 생산량 확대→경쟁사와 생산성 격차 확대→가격 경쟁력 확보 통한 수익성 극대화→경쟁사 추격 불허'라는 기존 삼성식 메모리 사업 전략에 변화가 예상된다.
회로 선폭을 크게 줄여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이던 과거와 달리 내년 후반기에 양산 체제로 들어갈 18나노 이후 공정부터는 D램 미세화 선폭 축소가 1나노 단위로 진행하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이 제한적이다. 이는 미세화 기술 장벽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으로, 미세공정화 '투자 대비 효과'가 갈수록 축소될 것임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15나노를 D램 미세화의 한계로 본다. 일각에서는 미세화 공정 기술 장벽이 세계 1, 2위를 달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후발 업체에 추격을 허용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미세화 한계는 시장 선도 기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공정 미세화의 역설' 이론이다. 생산량이 과거처럼 큰 폭으로 늘지 않아 물량 확대가 더뎌지면서 시황이 안정된다는 것. 더욱이 D램 생산 기업이 많지 않아 선도 업체들은 선폭 미세화를 위한 무리한 투자보다 원가 절감을 통한 안정적 사업 운영을 택할 가능성이 짙다. 반도체 불황 사이클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메모리반도체 불황 사이클 실종은 선도 업체로서는 입지를 한층 다질 수 있는 기회다. 미세 공정에서 적정 수준의 기술 우위를 확보하면서 선도 기업이란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차세대 메모리 분야에 대한 적극적 투자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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