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안전처 장관이 공공안전통신망포럼이 요청한 면담을 거부했다. 포럼은 통신·제조사 포함 100여 기업과 기관으로 구성된 단체다. 국가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 사업 조속 추진을 요구하기 위해 면담을 요청했지만, 주무부처 장관은 이를 외면했다.
정권 교체기다. 대선이 한 달도 안 남았다. 장관이 민감한 사안에 간여하기 어려운 상황인 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안전을 위한 재난망은 예외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안전처 뿐만 아니라 돈줄을 쥔 기획재정부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지진으로 통신망 마비를 경험했다. 세월호 참사 때는 당시 안전행정부, 소방방재청, 해경, 해군, 지자체간 통신망이 달라 체계적 현장 대응이 어려웠다.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에서 휴대폰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비효율적이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나 정부는 소를 잃고도 외양간 고칠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기재부는 철저한 사업비 검증을 거론하지만 국민의 안전과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이미 충분한 검증이 이뤄졌는데도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본사업 추진 결정을 미루고 있다. 누구도 책임지기 싫어하는 전형적인 복지부동이자 무책임의 극치다.
이달 안에 본사업 추진 결론이 나지 않으면 재난망은 또 다시 표류할 공산이 크다. 국민안전은 뒷전으로 밀린다. 당장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개발한 공공안전 LTE(PS-LTE)를 선보일 기회를 잃게 된다. 3년 동안 수십억을 투자한 중소기업은 점점 손실이 불어나 불안한 상태다.
재난망은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시급히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다. 정책 당국자는 공무원으로서 최소한의 책임감을 갖길 바란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