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4차 산업혁명 법 마련보다 규제 패러다임 전환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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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구글 바둑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 대국 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널리 퍼졌다. 승리를 호언장담한 이 9단의 완패로 기술 혁신이 먼 미래가 아니라는 기대감과 걱정이 교차했다.

4차 산업혁명은 국회와 정부 각종 보고서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형용사가 됐다. 빈도로 보면 박근혜 정권 초기의 '창조경제'와 비견될 정도다. 당시 창조경제가 들어가지 않는 정책 보고서는 찾기 어려웠다.

최근 4차 산업혁명 기본법이 국회에 발의됐다. 4차 산업혁명 정의부터 산업 촉진을 위한 추진체계, 전략위원회, 지원책을 담은 18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바쁜 대통령 선거 기간에도 산업 활성화와 기술 혁신이 이끄는 사회 변화의 중요성을 절감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는 걱정이 크다. 시장이 개화하기도 전에 법부터 만들겠다는 법 만능주의, 행정편의주의로 오히려 어려워진 경험 때문이다. 법으로 정하는 순간 민간 혁신은 탄력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 각종 지원이 절실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은 사업 방향 결정 시 관련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변화 속도가 빠른 ICT 산업은 한순간의 머뭇거림조차도 경쟁에서 뒤처지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법체계 마련보다 시급한 것은 규제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국내법은 규정된 내용만 허용되는 '포지티브 규제' 중심이다. 민간 혁신에 물꼬를 터 주려면 금지 항목을 제외한 모든 것을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바꿔야 한다. 규제 패러다임의 전환은 이전부터 제기됐다. 그러나 수년간 뚜렷한 진전이 없다. 많은 ICT 기업 대표를 만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불만이다.

정부 역할이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다. AI,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3D프린팅 등 신기술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 AI 발전으로 많은 사람이 직업을 잃게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산업계 지원뿐만 아니라 기술 급변에 따른 사회 충격을 완화하고 국민 복지를 증진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 그만큼 법을 만드는 데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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