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하프 10.5세대' 대형 패널 투자 대안으로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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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하프(Half) 10.5세대' 생산라인 증설을 검토 중이다. 중국 기업의 10세대 이상 초대형 액정표시장치(LCD) 투자에 대응할 여러 대안 중 하나로 보고 있다.

하프 10.5세대는 10.5세대 규격 마더글라스에서 절반만 LCD로 가공하는 것이다. 한 장을 온전히 생산하지 않고 절반 크기만 생산해도 65, 75인치 생산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 상징적인 신기술 투자보다는 실제 수율, 투자비 등을 고려한 합리적 대응 방안으로 거론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60인치 이상 대형 패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하프 10.5세대' 규격을 투자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TV용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LCD 투자를 앞두고 하프 10.5세대 기술을 대안 중 하나로 살피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국 8세대 LCD 생산라인에 새롭게 하프 10.5세대 규격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BOE가 투자한 10.5세대는 2940×3370㎜ 크기 마더글라스 한 장을 생산한 뒤 55, 65인치 등 필요한 패널 크기에 맞춰 기판을 자르는 방식이다.

반면에 하프 10.5세대는 기존 10.5세대와 가로는 2940㎜로 동일하나 세로는 절반인 1685㎜에 불과하다. 정식 10.5세대 마더글라스 한 장을 생산한 뒤 절반으로 자르는 게 아니라 아예 절반 크기 마더글라스를 생산하는 것이다. 하프 10.5세대에서 생산한 패널 2장을 붙여야 정식 규격 1장이 된다.

국내 패널 제조사가 하프 10.5세대 규격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대형 패널 면취율이 높고 정식 10.5세대보다 위험도(리스크)가 낮기 때문이다.

10.5세대에서 65인치와 75인치 면취율은 94%에 달한다. 마더글라스 1장에서 65인치는 8장, 75인치는 6장을 생산할 수 있다.

하프 10.5세대 규격에서는 생산량이 절반에 그치지만 면취율은 10.5세대와 동일한 94%가 나온다. 65인치는 4장, 75인치는 3장을 각각 찍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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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카이에 위치한 샤프 10세대 LCD 공장 (사진=샤프)

초대형 패널 기술에 처음 도전하는데 따른 투자 위험도는 크게 낮출 수 있어 매력적이다. 일본 샤프가 처음 10세대 LCD에 투자할 때 상당한 기간 동안 수율 문제를 겪었다. 2009년 10월 첫 가동을 시작한 뒤 수율을 안정시키는데 약 2~3년이 걸렸다. 그 기간 동안 샤프는 적자 전환하는 등 경영난을 겪었다.

수율은 생산량, 이익률, 매출과 직결된다. 수율이 낮아지면 경영에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작년 LCD 라인에서 수율 문제가 발생해 수천억원 영업 손실을 입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패널 제조는 잠시 수율 문제가 생기면 단기간에 거대한 손실을 입을 정도로 위험도가 큰 사업”이라며 “한국은 10세대 경험이 전무한 만큼 경쟁사와 동일한 방식으로 후발주자가 되기보다는 합리적 투자와 안정된 기술 방식으로 대형 패널을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프 10.5세대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10.5세대에서 1장을 만들 때 하프 10.5세대에서 0.5장을 만드는데 그치므로 같은 시간 동안 생산량이 절반에 그친다. 10.5세대와 동일한 물량을 생산하려면 전체 생산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공정 기술을 찾는게 숙제다.

신규 라인에 드는 투자비도 문제다. 생산량은 절반이지만 투자비까지 절반으로 줄이긴 힘들다. 공정 장비 교체 시기가 짧아져 추가 투자가 필요한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변형된 8세대 규격, 하프 10.5세대, 10.5세대 등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놓고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며 “60인치 이상 대형 패널 수요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 만큼 앞으로 투자 방향에 업계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