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중국 디스플레이 산업 도약,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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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달 중국 푸저우시에서 열린 정보디스플레이 학술대회인 국제디스플레이기술콘퍼런스(ICDT) 2017 행사에 참석했다. 이 행사는 국제디스플레이정보학회(SID) 베이징·대만·홍콩 지부가 공동 개최했다. 다소 2개월 정도의 짧은 준비 기간에도 260여편의 논문이 발표되고 800여명이 참석하는 등 성황리에 열렸다.

ICDT 2017은 중국 내 기존의 학술 대회와는 여러 면에서 차별성을 보였다. 200여명의 강연으로 구성된 가운데 대부분 중국 내 대학교와 연구소에서 초빙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내 디스플레이 관련 연구는 15개 대학에 국한됐고, 관련 전문가는 수십명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급속한 발전과 중국 지방·중앙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연구 저변이 급격히 확대됐다. 이에 따라 대규모 초청 강연으로 구성된 학회가 가능하게 됐다.

특히 디스플레이 산업과 직접적으로 연결점을 찾지 못한 화학, 물리 등 기초 학문 분야의 과학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앞으로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밝은 미래를 보는 것 같았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중국의 활발한 연구 활동은 5월 미국에서 열릴 SID 콘퍼런스에서도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SID 콘퍼런스에 중국은 176편의 논문을 제출했다. 우리나라는 128편, 미국은 96편, 일본은 89편으로 뒤를 이었다. 2000년대 초반에 우리나라가 공격적으로 생산 능력을 확충하고 정부가 적극 연구개발(R&D)을 지원해 기술 수준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모습을 최근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다시 보는 느낌이다.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지난 10년 동안 70조원 이상 투자돼 중국 내 3대 제조 산업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투자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ICDT 콘퍼런스에서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앞으로 전개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분야에서 우리나라와 차별화하는 등 시장 개척 노력을 여실히 보여 줬다.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를 첨단 잉크젯 프린팅 공정으로 제조, 가격 경쟁력과 품질 특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전략의 성공 여부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중국 정부가 기술 개발 방향을 명확히 정립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다양한 시스템을 확립했으며, 이에 힘입어 이 분야의 기술 수준이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 정상급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기술 개발 방향에 대한 정부-산업체-연구계 간 합의를 이루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적극적인 재정 지원이 더해짐으로써 빛을 발한 것으로 보인다.

유능한 기초 과학 분야 연구자 등 다수 연구자가 기술 개발에 속속 참여하고, 이를 세계로 확대함으로써 우리나라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효율적인 디스플레이 산업 생태계가 중국 내에 생성되고 있다. 이처럼 적극적인 투자에 힘입어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을 수년 안에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공격적인 도전에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나라 정부-기업-연구소-대학이 머리를 맞대 산업 발전 방향에 대한 로드맵을 세우고, 이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기술 개발 전략과 재정 지원을 심각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현재와 같은 기조를 계속 유지한다면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은 남은 시간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김용석 홍익대 공대학장(SID 학회장) yskim@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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