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Now&Future]사회기술이 과학기술정책의 새 승부처

지난 3년 동안 바닷속에 잠겨 있던 세월호가 인양됐다. 침몰할 때부터 오늘까지 계속 듣고 있는 질문이 있다. “공업 생산이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는 공업 대국이며 세계 최고의 조선 강국인 우리가 그리 큰 배도 아닌 세월호 하나를 다룰 만한 기술이 없는가.”

연구개발(R&D)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세계 1위, R&D비 총액으로 세계 6위인 과학기술 입국 코리아를 무색하게 하는 사태가 줄을 잇고 있다. 국가 과학기술 정책이 첨단으로만 치닫다가 이른바 사회 기술을 외면함으로써 정작 국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안전·안심 사회를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사회 기술이란 사회를 직접 대상으로 해서 사회에 현재 존재하거나 장래에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문제의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기술이다. 안전, 환경, 정보기술(IT), 생활 등 분야에서 나온 과학기술 성과를 사회로 환원하고 실용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몇가지 예를 들어 본다. 올해 들어 서울의 초미세먼지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기준을 초과한 날은 사흘에 이틀 꼴인 총 52일. 서울 시내의 유명 이비인후과, 안과, 내과는 2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진료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붐빈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국민 건강의 피폐화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의료비 폭증도 필연이다.

지난 2000년 이후 연중 행사처럼 도지는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의 방역, 살처분과 보상 등에 지금까지 투입한 돈은 총 4조4038억원. 땅에 생매장된 소, 돼지, 닭, 오리 등이 이제 1억마리에 이를 태세다. 축산 농가의 타격도 만만치 않지만 더 큰 문제는 지하수 오염 우려와 이로 인한 신형 질병의 발생 가능성이다.

동물들을 매장할 때 제대로 소독하고 비닐로 겹겹이 싸서 괜찮다고 하지만 그리 믿음이 가지 않는다.

경기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살처분에만 의지한 방역의 한계성, 대량 살처분에 따른 막대한 경제·사회적 피해를 지적하며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백신 정책의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온 강과 하천에 저승사자처럼 찾아오는 녹조 현상은 야산의 황토를 한없이 삼키고 있다. 현재로선 가장 빨리, 광범위하게 효과를 낼 수 있는 최상책이 황토를 뿌리는 것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지방의 야산에서 황토를 무차별로 퍼 가면서 대규모 환경 파괴가 일고 있다. 물론 황토를 사용하는 건강 상품이 붐을 이루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이대로 가면 강을 살리려고 산을 망가뜨리고, 산이 망가지니 강이 더 나빠지는 악순환으로 갈 공산이 크다.

그러면 이러한 미세먼지·구제역·AI·녹조뿐만 아니라 지진, 쓰나미, 화재, 사이버 보안, 어린이 보호, 노인 수발, 장애인 보조 등 문제를 해결할 사회 기술은 누가 개발하고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결국 처음엔 정부와 공공 연구기관이 R&D를 주도하고, 차츰차츰 민간이 기술 개발과 실용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장을 만들어 줘야 한다. 민간이 처음부터 도전하기엔 부담이 크다. 사회 기술은 후발 개발도상국들에 맞게 조합, 이른바 적정 기술로 수출할 수 있다.

앞으로 과학기술 정책에서 중요도가 더해질 사회 기술 R&D는 사회의 구체적인 문제를 잡아 채고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이 융합한 분야 횡단형이어야 한다. 현장 중심의 사회 실험이 수반되고, 구체적인 성과를 사회에 환원하고 실용화하는 것을 강하게 의식해야 한다.

정부는 마침 2018년도 예산 편성 지침에서 일자리 창출, 4차 산업혁명 대응, 저출산 극복, 양극화 완화 등 4대 핵심 분야를 꼽았다. 세부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과 산업 구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R&D와 기업 지원은 성과 창출 사업을 중심으로 하겠다고 했다. 또 재난·재해 등 안전 분야의 R&D 투자도 늘린다고 했다. 그 내용들을 들여다보면 그동안 소홀히 해 온 사회 기술을 키워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새 시장을 만들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를 '스마트 소사이어티'로 격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 도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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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 서울대 공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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