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이 나면서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하는 내용을 담은 영화 '판도라'를 계기로 원자력발전소의 위험성과 실제 현실화됐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영화 판도라 시나리오 자문을 맡았던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는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판도라는 영화인가, 현실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원자력 과학언론 포럼에서 원자력발전소에 우려를 표했다. 김 교수는 “국내 대부분 원전은 부지 반경 320㎞내 역사지진과 계기지진만 반영해 진도 6.5에 견디도록 설계됐다”면서 “시공된지 수십년 지난 원전들이 견딜 수 있는 최대지진 평가인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지 않아 우리나라 원전이 어느 정도 지진에 견딜 수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원전이 폭발하면 고속도로가 3일 정도 심각하게 막힐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제 사고가 나면 밖에 나가지 말고 집에 머물다가 교통이 원활해질 때 밖에 나가는 것이 피폭량을 줄이는 일”이라고 전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팀 처장은 “세계적으로 제3세대 원전은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중대사고 상황을 고려해서 노심용융물을 가두어 식히는 설비를 추가하고 노심용융물이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게 하려고 '코어캐쳐'를 추가했다”면서 “우리나라 3세대 원전(APR1400, 신고리 3,4,5,6)은 코어캐쳐가 없고 냉각 설비도 노심용융물을 충분히 식힐 수 있을 정도로는 부족한데, 유럽에 수출하는 EU-APR1400에는 코어캐쳐를 설치하는 설계 변경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3세대 원전이 아닌 기존 가동 중인 24개 원전에는 이런 개념은 아예 없다”고 덧붙였다.
양 처장은 환경운동연합이 2월 27일~3월 5일까지 6일동안 원자력발전소 인식 설문조사한 결과도 발표했다. 2909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설문에서 영화와 상관없이 국내 원전을 안전하지 않다(64.6%, 1,786명)고 답했다. 영화와 유사한 원전폭발 사고가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서 응답자 77.2%는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했고,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답변엔 9.3%로 조사됐다.
이기복 한국원자력연구원 정책연구부장은 “국내 원전은 지진 규모 7.0 수준까지 최소한의 안전기능 유지할 수 있다”면서 “국내 공학시설 중에서 가장 체계적으로 내진설계 적용, 내진 검증을 주기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방어설비인 격납건물과 핵연료저장수조 구조물의 내진 성능은 최소 0.5g 이상”이라며 “그럼에도 지난해 경주 지진 정밀분석을 포함해 한반도에 대한 단층조사와 체계적인 지진재해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종배 원자력안전위윈회 사무처장은 “사고가 터지면 정부는 백색, 청색, 적색 비상을 발표한다”면서 “방사선이 퍼져나가는 가장 심각한 단계의 적색 비상에선 주민보호조치를 이행하고 환경방사선 감시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 사무처장은 “올해 방사능방재훈련은 총 109회가 준비돼 있고 사고에 대비해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