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장별 제품 생산 품목을 조정한다. 반도체 생산과 연구개발(R&D)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일종의 `전문 블록화`를 추진한다. 기흥에서는 시스템반도체, 화성에서는 시스템반도체와 D램, 평택에서는 3D 낸드플래시만 각각 생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삼성전자는 화성 17라인 시스템반도체 생산 라인 증설을 계기로 화성에서 생산하고 있는 3D 낸드플래시 생산을 평택 18라인으로 서서히 옮기는 계획을 수립했다. 화성 16라인과 17라인 2단계 투자 공장(16-2라인으로 명명) 3D 낸드플래시 생산이 평택으로 이전된다. 16-2라인 3D 낸드 생산 기능을 우선 이전할 가능성이 있다.
시스템LSI사업부는 7나노 시스템반도체 생산 용량 확보를 위해 화성 17라인 옆 주차장 부지에 새 공장을 건설한다. 다만 7나노 신규 공장 부지가 너무 좁은 탓에 건설 소요 시간이 다소 길어질 수 있다. 공사 기간이 길어지면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만약을 대비해 16-2라인 생산 용량을 하반기에 평택으로 내려 보내겠다는 차선책을 세워뒀다. 16-2라인이 빠져나간 공간에 7나노 전용 장비를 우선 들여놓겠다는 것이다. `타임투마켓`을 위해 여러 방안을 마련해 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13일 “이 경우 이전에 따르는 생산 용량 손실을 상쇄시키기 위해 18라인의 초기 장비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로는 평택 18라인이 3D 낸드플래시 `마더팹`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마더팹은 최신 생산 공정 기술이 우선 적용되는 공장을 의미한다. 마더팹에서 공정 전환이 성공하면 추후 다른 공장으로 최신 공정을 확산하는 것이 반도체 업계에서 통용되는 공장 운용 프로세스다. 낸드플래시 핵심 R&D 인력 역시 평택으로 근무지를 옮기게 된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반도체 전문가는 “D램 마더팹은 화성 13라인, 시스템반도체 마더팹은 기흥 S1라인”이라면서 “18라인 3D 낸드플래시 공장이 마더팹이 되면 기흥·화성·평택에 각각 시스템반도체, D램, 낸드플래시 전문 인력이 골고루 분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화성 16라인 등에서 14나노 2D 낸드플래시를 양산하고 있다. 낸드 시장이 3D로 전환되면서 생산량 역시 점차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2D 낸드플래시 신규 R&D는 중단된 상태다. 낸드 생산 용량이 평택으로 빠져나가면 그 공간에는 D램이나 시스템반도체 생산을 위한 장비가 반입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중국 시안 3D 낸드플래시 공장은 국내보다 한두 세대 늦은 공정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2기 라인 투자를 계획해 뒀지만 사드 문제로 인한 중국 내 반한 감정 고조,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현지 투자 압박에 따른 부담으로 세부 논의를 뒤로 미룬 상태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