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길 잃은 ADAS 장착 의무화…“비용보다 효과에 초점 맞춰야“

Photo Image

국토교통부가 대형버스, 화물차 등 사업용 차량 관련 대형 사고를 막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첨단 안전장치 의무화 사업이 답보 상태에 빠졌다. 예산에 맞춰 시범 사업을 진행하면서 안정성 검증을 충분히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민 안전을 위해 진행하는 사업인 만큼 비용보다 안전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Photo Image
전방추돌경보시스템(FCWS) 이미지 (제공=기아자동차)

9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가 진행하고 있는 대형 사업용 차량 첨단안전장치 의무화 3단계 사업이 두 번째 단계인 시범 사업에서 중단됐다. 표면으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사업 진행이 더뎌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시범 사업 단계에서 사고 예방 효과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은 화물공제조합, 화물복지재단, 전세버스공제조합 등과 함께 진행하는 이번 사업은 기존의 운행 차량에 차로이탈경보장치(LDWS), 전방추돌경보장치(FCWS) 등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장착을 골자로 한다. 정부는 국민 생명과 직결된 만큼 안전성에 초점을 맞췄다. 또 세금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만큼 △ADAS 장착 연구 사업 △ADAS 장착 시범 사업 △ADAS 장착 의무화 및 지원 사업 등 사업을 체계화해서 계획했다.

Photo Image
차선이탈경보시스템(LDWS) 이미지 (제공=기아자동차)

지난해 교통안전공단과 도로공사가 주관한 ADAS 장착 연구 사업은 대형 사업용 차량 100대에 장착, ADAS 제품의 사고 예방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실시됐다. 사업자로는 국내 ADAS 업체인 피엘케이테크놀로지(PLK)와 이스라엘 차량용 소프트웨어(SW) 업체 모빌아이를 선정, 현재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약 5개월 진행된 이번 사업에서 전방 추돌 방지 효과를 검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물복지재단이 주관하는 시범 사업은 대형 사업용 차량 5000대를 대상으로 ADAS 장착 보조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표본이 연구 사업보다 50배 많기 때문에 사고 예방 실질 효과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사업자로 선정된 국내 ADAS 업체인 `모본`의 제품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으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정부는 뒤늦게 연구 사업에 참여한 PLK를 시범 사업에 투입, 사고 예방 효과 검증에 나서고 있다. 다만 ADAS 성능 검증에 기존 계획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Photo Image
대형 사업용 차량 첨단운전자보조장치(ADAS) 시범 사업에서 선정된 모본 `MDAS-3LF` (출처=모본)

당초 정부는 올해부터 전장 11m 이상 버스와 20톤 이상 화물차 15만대에 LDWS와 FCWS 기능을 갖춘 ADAS 장착을 의무화한다는 방침이었다. 시범 사업에 문제가 생기면서 ADAS 장착을 의무화하고 장착비용을 지원하는 본 사업은 사업자 선정은 물론 시행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범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성능보다 비용에 초점을 맞추면서 사업 기획 의도가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당초 정부는 업체 간 차별을 두지 않기 위해 선정 방식을 `가격-기술` 경쟁 입찰로 진행할 계획이었다. 낮은 비용으로 첨단 안전 기술을 보급하기 위해서다.

최종 사업자 후보로는 모본, 모빌아이, 카비, 피엘케이 4개 업체가 물망에 올랐다. 기술 입찰에서는 FCWS, LDWS, 보행자추돌경보(PCWS) 등이 제대로 작동한 모빌아이가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다른 업체들은 일부 평가에서 작동하지 않거나 오작동을 일으켰다.

Photo Image
현대자동차 아반떼에 설치된 모빌아이 ADAS 제품 (출처=모빌아이)

그러나 정부가 사업자 선정 방식을 갑자기 `최저가` 입찰로 바꾸면서 사업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가격 경쟁에서 모빌아이는 최저 평가를 받아 시범 사업자로 선정되지 않았다. 모빌아이는 장착 비용이 120만~130만원으로 다른 업체보다 약 2~3배 비싸다.

정부 관계자는 “성능 평가에서 모빌아이가 압도하는 점수로 1위를 차지했지만 15만대 규모에 장착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면서 “다만 시범 사업에서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본 사업 시행 때는 기술과 가격을 모두 고려해서 사업자를 선정, 국민 안전 강화에 큰 도움이 되도록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교통안전 전문가는 “과거 디지털운행기록계(DGT) 의무 장착 사업처럼 어설픈 결정을 하면 세금만 날리고 사고 예방 효과는 얻을 수 없다”면서 “국민 혈세가 수백억원 들어가는 사업에 대형 사업용 차량의 ADAS 의무 장착 필요성이 알려진 만큼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는 제품을 선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