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이후 1년간 인공지능(AI)이 바둑, 번역,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분야에 도입됐다. 올해도 주요 기업이 경쟁에 나서면서 실생활에서 AI를 접하는 사례는 늘어날 전망이다.
바둑계는 알파고 대국 뒤 AI를 활용한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한다. 한국, 중국, 일본 모두 AI 바둑 알고리즘 고도화에 총력을 기울인다. 중국 `싱톈`, 일본 `딥젠고`는 이미 프로기사와 대국에서 승리를 거두며 더욱 강력해진 알파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국 바둑 AI `돌바람`은 아직 프로기사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향후 AI 바둑대회, AI와 인간의 단체 경기 등 여러 가능성이 열렸다. 바둑 AI가 둔 수를 인간 바둑 기사가 연구하고 실제 대회에 응용하는 경우도 나왔다.
통번역도 AI 활용이 우선시되는 분야다. 지난해 구글, 네이버 모두 AI를 활용한 인공신경망 기계번역(NMT)을 자사 번역 서비스·앱에 적용했다. 기존 통계방식 대비 번역 품질을 대폭 개선했다. 최근 인간 전문 통번역사와 대결에서 패했지만 이미 여행지나 일상에서 간단한 소통은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며 출시 1년도 안 된 기간에 이룬 성과다.
자율주행차도 올해 발전이 더욱 가속화된다. 국토부는 2020년 조건부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3` 자율주행차 구현 목표를 담은 `제2차 자동차정책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네이버는 최근 국토교통부 자율주행차 임시운행허가를 받았다. 실제 도로주행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한 단계 수준을 높인다. 구글은 최근 내부 자율주행차 연구 조직을 자회사 `웨이모`로 분사해 상용화에 박차를 가한다.
AI가 이용자와 음성대화나 채팅으로 검색 메시지 보내기 예약 등을 수행할 날도 머지않았다. 네이버는 AI 대화형 엔진 `네이버i(아이)`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카오도 올해 챗봇 형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완벽한 음성인식 구현에 시일이 걸리지만 채팅은 이미 일부 서비스에 도입이 시작됐다. 숙박, 여행 등 정형화된 대화가 오가는 영역이 우선 적용됐다.
정승환 레드타이 대표는 “채팅 기반 컨시어지 서비스 구현은 여행에 필요한 정형화된 언어로 한정돼 구현 난이도가 일반 대화보다 낮다”면서 “올해 상품구매, 배달 등 여러 상황에 특화된 챗봇 서비스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AI가 던진 화두는 헬스케어 영역에서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AI 시대 의사의 역할이라는 근원적 질문이 시작된 데 이어 병원 역시 앞 다퉈 관련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개발에 착수했다.
작년 9월 가천대길병원은 국내 최초로 IBM 인공지능 `왓슨`을 도입, 암 환자 치료에 활용했다. 1500만 페이지에 달하는 의료정보를 학습한 왓슨은 의사가 암 환자 정보를 입력하면 최적 치료 방법을 제시한다. 올해 1월에는 부산대병원이 두 번째로 왓슨을 도입하며 병원 AI 시대를 활짝 열었다.
대형병원은 헬스케어 솔루션 기업과 협업해 의료영상 기반 진단 시스템 개발에 뛰어들었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은 심혈관, 폐, 치과 질환 등을 대상으로 의료영상을 분석해 병변을 자동으로 찾아주는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정부는 1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적용 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소프트웨어(SW)와 정보기술(IT)서비스 회사는 콜센터에 주목한다. 콜센터 상담 직원을 대신해 다양한 질문과 응답을 AI 기술 기반서비스가 대신한다. 솔트룩스, SK주식회사 C&C, LG CNS 등 주요 업체와 스타트업이 이 분야에 관심을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 금융 등 여러 업종에서 단순 콜센터 업무를 대체가능한 AI서비스 문의가 이어 진다”고 말했다.
내년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음성인식 기술을 접목한 `AI콜센터`를 마련해 방문객을 응대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AI기술이 연구기관에서 실험적으로 개발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우리 생활에 직접 사용하는 핵심 기술이 됐다”고 말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