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에 이어 자동차 분야에서도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괄목할 만한 성장이 이어지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업체들이 중국 시장 내에서 성장을 기반으로 한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해 중국 시장은 전년 대비 약 15%가량 성장했다. 규모는 물론 성장률까지 세계 최대다.
그동안 중국 현지업체는 내수 시장에서 합자회사를 통해 기술력을 다져왔다. 최근 SUV와 전기차 내수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중국 업체들은 대부분 글로벌 업체와 합자회사를 통한 브랜드와, 자체 로컬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로컬 브랜드 승용차 판매량이 대폭 증가했다. 중국자동차산업협회(CAAM)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로컬브랜드 승용차 판매량은 925만대로, 전체 승용차 43%를 차지했다. 가장 주목받는 시장인 SUV 부문에서도 중국 로컬 브랜드 성장이 두드러진다. 중국 현지에서 로컬 브랜드 SUV 판매량은 전체 SUV 판매의 57%에 달하는 456만대로 집계됐다.
이 같은 성공을 바탕으로 최근 해외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중한자동차가 중국 브랜드 승용차로 국내 처음 수입한 중형 SUV `켄보600`이 출시 한 달도 안 돼 초도물량 계약이 완료됐다. 초도물량 자체가 적은 규모이긴 하지만, 기대 이상 성과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중형 SUV이지만 가격은 소형 SUV보다 저렴해 인기를 끈 것으로 보인다. 중한자동차는 200대를 추가 들여올 계획이다.
이와 함께, 중국 업체들은 멕시코·인도는 물론 미국까지 공략할 채비를 하고 있다. 장화이기차(JAC)는 멕시코 현지업체 자이언트와의 합작투자를 통해 생산공장을 설립 중이다. 이미 카자흐스탄에 이 같은 방식으로 진출해 성과를 거뒀다. 2015년 말 공장을 건립한 이후 현지 생산 모델인 CUV iEV6S 판매량이 4배가량 늘었다.
상하이자동차그룹(SAIC)은 동남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일본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을 저가 모델로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SAIC는 태국에 자체 공장을, 인도네시아에 GM과 합작공장을 설립 중이다.
광조우자동차그룹(GAC)는 북미 지역에 R&D 센터를 설립했다. 미래 자동차 기술 개발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한 포석이다.
중국이 여러 자동차 공유 서비스에 적극적인 점도 국내 자동차 업체에게는 위협적인 요소다. 미래 자동차 시장의 한 축이 카 셰어링이나 라이드 셰어링 같은 공유 서비스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톱 완성차 업체들도 관련 투자를 서두르는 상황이다. 중국 현지업체들은 공유서비스에서 독일·미국 업체와 출발점이 거의 비슷한데다 현지 수요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어 중국 시장에서는 유리하다.
국내 한 완성차 업계 고위 관계자는 “국내 첫 중국 브랜드의 판매량은 아직 많지 않지만 첫 모델인데도 불구하고 성과를 거둬 주시하고 있다”면서 “투자 금액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점도 긴장하고 있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