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어드바이저(RA)업체들이 더딘 금융당국 행보에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로봇 자산관리 서비스를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아직도 관련 규정은 갖춰지지 않았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RA 도입을 앞두고 관련 기술 보유 업체들의 투자자문업 인가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이르면 5월 RA 서비스 도입을 앞두고 자체 영업을 위한 최소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다. 금융위원회가 운영하는 테스트베드를 통과한 알고리즘은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도 자산관리 서비스를 할 수 있다.
늦어도 3개월 안팎이면 서비스를 시작해야 하지만 RA업체들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업무 인가를 받지 못해 전전긍긍이다. 인가를 받지 못하면 자체 알고리즘을 갖고도 은행이나 증권사를 통해 RA를 공급할 수밖에 없다.
금감원 인가가 늦어지는 것은 RA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 법 체계로는 투자자문업 등록은 오직 사람만이 가능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RA사업 외에도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 IT업체가 투자자문·일임업에 진출하면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등록 검토가 길어질 수 있다”면서 “법 개정을 마친 이후에는 전업 RA 자문업 인가와 등록을 허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RA업체들은 정부 감독 방침이 신규 업체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RA 기술업체 관계자는 “전업 RA자문사를 허용하겠다고는 하지만 대다수 RA회사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각종 기술이 결합한 형태”라면서 “금융당국이 RA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렇다보니 별도 투자자문사를 설립해 제도 시행에 대비하는 RA업체도 등장하고 있다. RA업체 관계자는 “테스트베드 시행 직후 금감원에 투자자문업 인가를 신청했지만 내내 소식이 없다가 신설 법인을 만들어 인가를 신청하니 쉽게 인가가 나왔다”며 “RA 영업을 한다고 하니 관련 규정이 없어 심사 과정이 늦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운용사로 전환한 RA 기반 업체 관계자도 “마치 증권사나 공모펀드 운용사 IT인프라 관리에 준하는 요건을 요구한다”면서 “RA 알고리즘 관련 인력은 별도 법인으로 분리 작업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기술변화에 따른 새로운 규제 체제에 대한 금융당국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심진보 전자통신연구원 기술경제연구그룹장은 “인공지능(AI) 자산관리 알고리즘 정합성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국가 표준을 마련하는 등 금융감독 차원에서도 기술 변화에 따른 새로운 감독 체계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