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일의 한중록]<20> 화창베이에서 본 중국의 `짝퉁` 경제학

최근 중국 심천 화창베이에 다녀왔다. 미국 회사인 A사의 중국 관련 컨설팅 때문이다. A사는 모바일 주변기기를 생산한다. 주력제품이 북미 온라인마켓(아마존)에서 해당 카테고리 1위다. 해당 제품에 연관된 기술 특허와 디자인 특허를 보유했다.

A사가 중국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북미 온라인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자사 제품과 유사한 중국산 짝퉁제품이 시장에 유통되는 것에 경각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저작권과 특허 보호가 엄격한 미국에서 몇 번 소송으로 짝퉁제품을 근절했지만 해외에서는 점유율 침해를 받는 상황이었다.

화창베이 시장은 일본 아키하바라와 한국 용산전자상가를 합쳐 놓은 느낌이다. 중국 IT메카라는 유명세답게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바이어로 붐볐다. 직접 방문해보니 `화창베이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스마트폰 브랜드가 현재 중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브랜드`라는 말이 실감났다.

약 4년 전에 왔을 때는 압도적으로 삼성전자가 많았고 2년 전에는 애플과 샤오미가 경쟁했다. 지금은 오포, 화웨이, 비보 등 중국 브랜드 각축장이다. 스마트폰 외에도 드론, 호버보드, VR, 액션카메라 등 다양한 제품군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역시 핵심은 스마트폰과 관련 액세서리다.

세계 각지에서 바이어들이 몰려와서 상담을 하고 있었다. 재미있는 현상은 북미, 유럽, 일본 등 선진국보다 인도, 중동, 아프리카 등 제3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가성비라는 측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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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일 퍼틸레인 고문

A사 짝퉁제품은 어렵지 않게 확인됐다. 4개월 전에 출시한 최신제품을 고스란히 카피한 짝퉁제품이 화창베이 상가에 풀려 있었다. 원제품에 비해 꼼꼼하지 못한 마감처리와 조악한 디자인이었지만 결정적 한방이 있었으니 바로 가격이 10분의 1 수준이라는 것이다. A사 입장에서는 매우 고민되는 상황이다.

2014년까지 삼성폰은 중국에서 점유율 1위였다. 2014년 4분기부터 밀리기 시작해서 2015년에는 간신히 5위권을 유지했다. 지난해에는 5위권 밖으로 밀렸다.

삼성폰 자체 문제라기보다는 경쟁자인 중국 제조사 약진 때문이다. 과거에는 중국 제조사 제품이 경쟁사에 비해 스펙도 부족하고 안정성이 떨어졌는데 모방연구로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왔다.

무엇보다 가격 경쟁으로 점유율을 넓혔다. 이 시점에 삼성전자 경쟁력은 어떤 것이 남을까. 디자인 우수성과 브랜드 가치다. 두 가지를 통해 삼성폰은 프리미어폰 지위를 유지한다.

문제는 약진하는 중국 브랜드가 우수한 디자이너를 영입하고 막강한 광고마케팅 비용을 쓰면서 무섭게 추격한다는 점이다. 과거 삼성폰이 후발주자로 애플을 ?아가던 방식이다. 지금 중국에서 같은 전략에 의해 공격당한다.

결국 A사가 택할 수 있는 전략은 몇 가지 없다. 후발주자는 따라오면 되지만 선발주자는 끊임없는 혁신을 시도해야 한다. 기술혁신, 디자인혁신, 사용자편의 혁신을 통해 계속 후발주자와 차이를 벌려 나가는 것이 확실한 해법이다. 수성전략으로는 가격 경쟁력으로 밀고 들어오는 중국제조사를 이길 수 없다.

두 번째는 원천 기술 보호의지다. 2016년 중국 제조사 화웨이의 특허건수는 3898건이고 올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 업체도 특허나 저작권 침해 소송이 상당히 심각한 일이라는 것을 안다. 단지 침해를 당한 해외업체들이 그것을 모르거나 혹은 이길 수 없다고 지레 포기하기에 계속 침해당하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면 물꼬가 트인다.

세 번째로 중국 내 소득수준이 높아진 소비자들은 더 이상 싼 것만 찾지 않는다. 세계 모든 명품의 매장이 중국에 들어왔다. 소득수준이 높아진 중국인은 짝퉁보다는 정품에서 자기만족을 느낀다. 제품이 우수하고 브랜딩이 확실한 해외제품은 중국에서도 잘 팔린다.

중국은 변하고 있다. 저가 짝퉁 생산지기도 하지만 고급 제품이 팔리는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자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가진 생산국이 되고 싶어 한다. 심천의 화창베이는 그런 과도기 모습을 잘 보여준다. 심천은 중국 IT메카인 동시에 짝퉁 원산지다.

김두일 퍼틸레인 고문·게임 칼럼니스트 dooil.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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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베이 시장에서 스마트폰을 살펴보는 사람들<전자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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