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가전제품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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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라 기자

주변 환경을 스스로 학습해 온도를 조절하는 에어컨, 실내 공기를 측정하고 판단하는 공기청정기, 물탱크 오염도를 감지하는 정수기까지.

가전업계는 최근 `인공지능(AI)`이라는 단어를 마케팅 용어로 사용한다. 첨단 딥러닝 기술과 AI로 무장했다는 신제품 출시도 잇따른다.

1년 전만 해도 AI라는 단어 자리엔 `사물인터넷(IoT)`이 자리했다. 1년 전 가전업계에선 `IoT 공기청정기` `IoT 에어컨` `IoT 냉장고`가 범람했다.

불과 1년 만에 IoT 가전은 AI로 진화했다. 제품 기능을 면밀히 살펴보면 1년 새 크게 달라진 건 없다. 가전과 스마트폰이 연결되고, 고객 사용 패턴이 빅데이터로 쌓이는 건 IoT 가전이나 AI 가전이나 차이가 없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전제품이 알고리즘을 생성해 스스로 작동하는 건 IoT 가전이라 불러도 되고 AI 가전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가전제품은 스마트폰과 비교해 사용 기간이 다르다. 스마트폰처럼 해마다 혁신 제품이 출시돼 경쟁하는 것과 다르다. 가전제품은 수명 주기가 평균 5~10년을 웃돈다. 매해 혁신 기술을 담은 놀랄 만한 제품이 나오기도 어렵다. 가전 시장에서 AI 시기가 오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가전 기업 입장에서 신기술을 선도한다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화려한 신기술 수식어를 사용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가전제품 소비자는 첨단 기능보다 제품의 견고함과 기본 기능에 충실해서 선택한다. 냉장고는 냉장고다워야 하고 밥솥은 밥솥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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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패션처럼 새 어휘를 남용하기보다는 10년을 사용할 가전제품이 나에게 이로운 점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려 주는 게 중요하다. 어떤 편의와 기능이 장점이라는 설명이 우선이다. 소비자가 가전제품에서 기대하는 것은 AI나 IoT보다 원칙에 충실한 제품이다. 안전해야 하고 편리해야 하며, 성능이 뛰어나야 하고 저렴해야 한다. 소비자는 밥솥, 냉장고, 에어컨에서 첨단 컴퓨팅 기술을 기대하지 않는다. 생활가전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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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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