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연초부터 불안하다. 소비·고용·생산 등 내수가 부진해 수출 회복 효과마저 상쇄하고 있다. 정부가 재정 보강·조기집행에 나섰지만 효과는 체감하기 어렵다. 3월 이후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이 점차 가시화 되고 있다.
6일 최근 집계된 주요 경제지표를 종합하면 내수 전반이 부진한 모습이다.
소비자 경제 인식을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는 3개월 연속 하락해 1월 93.3을 기록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작년 12월 소매판매(소비)도 전월보다 1.2% 감소해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2.0% 올랐다.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계란 등 공급이 부족해졌고, 유가가 올라 석유류 가격이 상승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경제동향 자료에서 “1월 소비자물가가 장기간 낮은 상승세에서 벗어났지만 수요 회복보다 공급 요인에 기인했다”면서 “긍정적 신호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산업생산과 고용도 부진하다. 작년 11월 증가세로 전환했던 전체 산업생산은 12월 제자리걸음(0.0% 증가)을 해 1월 감소 전환이 우려된다. KDI는 제조업 회복세가 반도체 등 일부 업종에 국한되며 제조업 전반 고용은 큰 폭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산하 리서치 기관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우리나라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0으로 전달(49.4)보다 떨어졌다고 밝혔다. PMI는 기업 구매담당 임원에게 설문조사를 해 집계하는 경기 지표다. 50보다 낮으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수출이 개선세지만 내수를 보완할 수준은 아니다. 1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금액 기준 11.2% 상승했지만, 물량 기준으로는 5.2% 증가에 그쳤다. 정부가 추진한 21조원 규모 재정보강과 재정 조기집행 효과도 가시화 되지 않고 있다.
연초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4~5월 추경 편성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분기를 지켜본 후 추경 여부를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도 유 부총리는 “추경은 1분기 성장률이 목표치보다 낮거나 경기가 아주 안 좋을 때 경기 상황에 따라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재차 밝혔다.
1분기 2%대 중반 이상 성장률을 기록하지 못하면 추경을 편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은 2.6%다. 이날 KDI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경제전문가들은 올해 성장률이 2.4%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KDI 관계자는 “국내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우리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내며 2.4%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면서 “경제 성장세가 작년 10월 전망 때보다 소폭 약화된 것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2017년 한국 경제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자료:KDI)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