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그십 스마트폰, `고스펙 경쟁`은 끝났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고스펙` 경쟁이 멈췄다. 카메라 화소, 화면 해상도, 배터리 용량 같은 수치 상 제원보다 편의기능과 디자인 개선이 두드러지고 있다. 과도한 `오버 스펙`보다는 소비자 편의 향상에 집중하는 추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상반기 출시하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에서 고사양 스펙 향상 대신 디자인 변화와 편의기능 차별화가 전면에 등장할 전망이다. 한때 최고사양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플래그십 모델에서 혁신보다 안정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경향이 가장 두드러진 제품은 다음달 공개될 LG전자 G6다. G6는 전작 G5의 모듈 구조를 버리고 일체형 디자인으로 회귀했다. 배터리 탈착도 지원하지 않는다.

시리즈 최초로 지원하는 무선충전 출력은 기존 경쟁사 제품보다 높지 않다. 전·후면 카메라 화소도 전작과 유사한 수준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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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9 화면비를 강조한 LG전자 `G6` 공개행사 초청장 이미지

실물 형태의 `화이트카드`로 관심을 모았던 LG페이 역시 전략이 대폭 수정됐다. 카드 없이 스마트폰에 내장하는 형태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로 변했다. 근거리무선통신(NFC)과 마그네틱보안전송(MST)으로 작동한다. 훨씬 일찍 시장에 나온 삼성페이와 기능·기술상 차이가 거의 없다.

부품 스펙을 평준화한 대신 전면부 디스플레이를 개선했다. 세계 최초로 18대9 화면비를 적용했다. 기존 16대9 화면보다 더 탁 트인 시야를 제공할 수 있다. 같은 크기의 폰에 더 큰 화면을 집어넣은 셈이어서 디자인 개선 효과도 있다.

스펙 경쟁 대신 소비자 친화적인 기능을 안정적으로 조합한 전략이다. 모바일 결제, 무선충전 등 새롭게 추가되는 기능 역시 시장 검증을 거친 기술이다. LG전자는 국가별 소비자 선호에 따라 결제·충전 등 기능 구성을 차별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LG전자 관계자는 “G6의 지향점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소비자`”라면서 “무조건 많은 기술, 높은 스펙을 담는 것보다는 소비자가 꼭 필요로 하는 기능을 안정적으로 조합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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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갤럭시S7 시리즈

삼성전자 갤럭시S8은 외형상 하드웨어(HW) 변화가 크지만 스펙 향상이 주는 아니다. 카메라는 전면 자동초점(AF) 기능이 추가되지만 수치상 화소는 크게 향상되지 않는다. 무선충전 출력도 10와트(W)로, 전작과 같은 수준이다. 지문인식모듈은 후면 백커버로 자리를 옮기지만 기능 상 차이는 없다.

대신 풀스크린, 풀프런트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전면 디자인을 구현했다. 좌우 측면을 곡면(엣지)으로 만들고 베젤을 없앴다. 상하 베젤도 카메라, 스피커, 커넥터 등 필수 부품 공간만을 남긴 채 최소화했다.

기존 부품 제원을 높이는 대신 디자인과 기능 배치를 바꾼 셈이다. 갤럭시A 시리즈 등 중·저가 모델에서 고화소 카메라를 신규 채택하는 등 스펙 경쟁을 지속한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다. 초고사양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발화, 오작동 등 불안 요소를 최소화하려는 시도로도 읽힌다.

삼성과 LG가 고스펙 경쟁을 자제하고 소비자 중심의 제품 최적화해 집중하는 건 스마트폰 시장과 관련 있다. 수요가 포화된 상태에서 신기술과 새로운 부품만을 채택해 최고 사양의 제품을 만드는 건 가격 상승을 초래하고 결국 구매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통신망 세대교체가 일어나지 않는 한 현재 스마트폰 주요 제원은 어느 정도 최적화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면서 “현 시점에서 기기 스펙 향상은 소비자가 요구하는 사항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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