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 투자자 7172명이 모은 180억원으로 121건에 달하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했다. 도입 1주년을 맞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성적표다.
금융위원회와 예탁결제원은 24일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 도입 1주년을 맞아 서울 여의도 예탁원 서울사옥에서 1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축사에서 “크라우드펀딩 출범 당시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우려도 있었지만 1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새로운 창업·중소기업 자금조달 통로로 안착했다”고 평가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제도 도입 이후 총 121건의 아이디어가 크라우드펀딩에서 180억1000만원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자 7172명이 평균 133만원가량 투자했다. 펀딩 성공률은 46.4%를 기록했다. 제도 도입 초기 20% 성공률을 기록했던 미국보다도 높은 성공률이다.
성공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물고기 배설물로 액상 비료를 만들어 식물을 키우는 농업회사법인 팜잇은 지난해 6·7월 연이어 펀딩에 성공했다. 각각 370여명이 참여해 7억원을 조달했다. 스마트블록을 생산하는 모션블루는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 조달 이후 IBK매칭투자조합으로부터 10억원 규모 후속 투자를 유치했다. 해양화장품 생산업체 마린테크노는 20만달러에 이르는 현장 수출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영화 분야는 더욱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영화 `인천상륙작전` 펀딩에서 투자 수익이 발생한데 이어 최근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도 40% 이상 수익이 예고된다.
중개업체 수도 증가세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 수는 제도 도입 당시 5개사에서 14개사로 늘었다.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를 비롯해 다양한 업체가 속속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다양한 성공사례가 잇따르고 있지만 당초 도입 취지와는 다소 시장이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화 투자 쏠림 현상으로 정작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중개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거래소 스타트업 시장(KSM), 후속 펀드 조성 등 다양한 정책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소액 기업 투자는 불안하다는 인식이 있어 자금이 주로 영화 투자에 몰리고 있다”면서 “신생 기업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광고 규제 등을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스타트업 시딩 투자 전용 펀드 등을 활용해 우수기업 펀딩 성공을 적극 지원하겠다”면서 “후속 투·융자 프로그램으로 펀딩 성공기업 지원도 한층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