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 <52> 성장이 멈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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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1996년 우리는 신기록을 세웠다. 매출은 70억달러를 넘었다. 10년 사이 두 배가 된 셈이다. 대표 브랜드인 501진을 다시 선보였고, 다커스(Dockers)를 새로 출시했다. 해외 시장은 23%에서 38%로 커졌고, 수익률은 50%를 넘겼다. 1996년은 최고의 해였다….”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마치 비행기가 실속에 빠지듯 이듬해 갑자기 성장이 멈춘다. 매출은 46억달러로 떨어진다. 시장점유율은 14%로 반 토막 난다. 한때 나이키보다 거대하던 한 위대한 기업은 이렇게 성장을 멈춘다.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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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누구나 위기를 겪는다. 이런저런 부침도 피할 수 없다. 3M, 애플, 뱅크원, 캐터필라, 다임러벤츠, 토이스아르어스, 볼보 같은 혁신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왜 성장은 멈추는 것일까. 그리고 왜 그토록 갑작스레 다가오는 것일까.

매슈 올슨 코퍼레이트 이그제큐티브보드 전무이사는 성장 모멘텀의 끝은 벼랑 같다고 말한다. 상식은 성장은 서서히 멈추고 침체가 시작될 거라 말한다. 그러나 연착륙은 없다. 오히려 실속에 앞서 가속도를 붙인다. 그리고 갑자기 성장이 멈춘다. 포천 100 기업을 보자. 매년 평균 8% 성장했다. 13.9%까지 성장 속도를 붙인다. 그러다 마이너스로 돌아선다. 대부분 헤어나지 못한다. 마치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고 바람이 빠지듯 기업은 이렇게 실속에 빠져든다.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프리미엄 함정(premium position trap)이다. 1990년대 중반에 시장은 변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저가품, 다른 한편에서는 슈퍼프리미엄 품질 디자이너 진이 선을 보인다. 그동안 다진 브랜드가 방어막이 될 거라 믿었다. 그러나 선두 기업의 이점은 곧 역류가 돼 돌아온다. 리바이 스트라우스뿐만이 아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하인즈, 프록터앤드갬블, 컴팩, 필립모리스까지 모두 프리미엄 함정에 빠졌다. 예외는 없었다.

둘째는 혁신 관리에 실패할 때다. 3M의 성공 방정식은 유명하다. 이른바 `다족류(millepede) 방식`이다. 혁신 제품을 개발하고, 프리미엄 시장을 선점한다. 수요가 성숙되면 새 혁신 제품을 내놓는다. 소량을 만들어서 소량씩 판매하되 조금씩 더 이윤을 남긴다. 1970년에 이미 제품 6만개라는 포트폴리오를 짜 놓고 있었다. 1980년에 이 틈새시장 전략이 갑자기 혼란에 빠진다. 경기가 나빠지자 연구개발(R&D)비를 줄인다. 신제품 대신 공정 개선에 초점을 맞춘다. 성장률은 17%에서 1%대로 추락한다. “니치(틈새) 전략으로 가격 경쟁을 하려 했으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 당연합니다.”

셋째로 핵심 비즈니스를 잘못 선택할 때도 찾아온다. 1960년대 말 로버트 사르노프(Robert Sarnoff) RCA 회장은 `백색가전 기술 혁신`은 끝났다고 본다. 세 가지 신사업을 찾는다. 메인프레임 컴퓨터, 소비재 기업 인수, 마케팅과 브랜드에 공을 들인다. 곧 일본 가전 기업에 자리를 내준다. 개인용컴퓨터(PC)가 혁신 아이콘으로 등장하고,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에 혁신 기업 자리를 내준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올슨은 `성장이 멈출 때`란 기고문에서 적신호가 커지면 돌이키기 어렵다고 경고한다. 세 가지를 생각해 보자고 한다. 첫째로 산업과 시장의 핵심 가정에 의문을 던져 보자. 우리가 속한 산업의 속성은 무엇인가. 어떻게 산업의 경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어떤 관행을 파괴해야 하나. 상식이 말해 주는 것을 넘어서 보자.

둘째로 전략 프리모텀(premortem)을 시행해 보자. 성장이 멈춘 50개 기업 가운데 35개는 전략 실패가 원인이었다. 프로젝트는 실패할 수 있다. 실패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비하는 과정이 있다. 바로 프리모템 과정이다. 전략이라고 예외는 아니지 않은가.

셋째로 다양한 시각을 활용하라. 투자자 시각을 받아 보라. 벤처 캐피털리스트를 활용할 수도 있다. 여러 기업처럼 섀도 캐비닛을 운영하는 방법도 있다. 중견 간부로 구성하고 중역들 시각과 비교해 본다.

올슨의 주장은 단순하다. 성장이 멈추면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바로 위기가 시작되고, 돌이키기 어렵다. 그리고 많은 문제가 잘못된 선택에서 시작된다.

이제 자기점검표를 한번 꺼내 들어 보면 어떨까. 당신이 성장의 정점에 있다면 적당한 때다. 올슨이 말하는 것도 한번 따져 보라는 것이다.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의 말처럼 그것을 한동안 잊고 있었다면 더더욱.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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