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적정 이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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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사람이 만든다. 때론 기술이 사람을 길들이기도 한다. 지난 시절 정보통신기술(ICT) 혁명은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꿨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하고, 손톱만한 칩에 방대한 지식과 계산 능력을 담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시민 혁명의 구심점으로 떠올랐다.

기술 발전이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숨은 그림이 하나 더 있다. 가격이다. 기술 발전이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려면 더 좋은 기술이 더 싼 가격에 보급돼야 한다.

수요 대기업의 원가 절감 노력은 업계에서 `CR(코스트 리덕션)`라는 말로 통한다. 지나치면 `단가 후려치기`라는 비난을 듣는다. 완제품 가격을 낮추려면 부품 단가 외에 공정 효율화, 제조 기술도 중요하다. 분명한 것은 안팎의 가격 인하 압박이 없다면 어떤 혁신 기술도 `찻잔 속 태풍`에 그친다는 점이다.

한 부품업체 대표는 “이 바닥에선 너무 많이 벌면 죽일 놈, 너무 적게 벌면 망할 놈이 된다”고 토로했다. 더 좋은 기능을 담았다고 해서 무작정 가격을 높이면 채택이 어렵다. 무작정 이윤을 낮춰도 `비전 없는 기업`으로 찍힌다. `적정 이윤`은 그만큼 어렵다.

산업 생태계 측면에서 보면 적정 이윤을 둘러싼 팽팽한 긴장 덕에 세상은 더 좋아졌다. 스마트폰의 기능과 제원은 나날이 발전했지만 가격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더 싼 가격의 제품이 많이 나왔다. 핵심 기술과 부품 가격이 낮아졌기 때문에 가능해진 일이다.

그러나 무작정 가격을 낮춰서는 선순환 구조가 깨진다. 차세대 기술, 제품을 개발할 여력을 남겨야 한다. `단가 후려치기`가 산업 발전에도 독이 되는 이유다. 납품 업체에 적정 이윤을 보장하지 않으면 혁신은 멈춘다.

올해 `4차 산업혁명`이 화두다. 사물에 인지, 판단 기능을 부여하고 초연결 상태를 구현하는 게 핵심이다. 더 많은 기능을 갖춘 부품이 더 많이 들어가야 하는 구조다. 세계는 혁신 레이스를 시작했다. 뒤처지지 않으려면 기술 개발 만큼이나 적정 이윤을 보장하는 시스템도 중요하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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