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700만 앞둔 알뜰폰···800만 향한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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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우체국에서 알뜰폰 가입 상담을 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알뜰폰(MVNO)이 공식 출범 6년도 안 돼 가입자 700만 돌파를 앞뒀다. 지난해 600만 돌파 이후 성장 속도가 둔화될 것이라는 걱정을 `기우`로 만들었다. 사업자의 과감한 요금제와 정부 지원이 합작한 성과다. 올해 800만 가입자와 이동통신 시장 12% 돌파라는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나선다. 알뜰폰 자체 노력은 물론 도매 대가 인하, 전파 사용료 추가 면제 등 정부 지원이 없으면 불가능한 목표다. 알뜰폰 장기 성장 로드맵도 필요한 시점이다.

◇700만 돌파 초읽기…`제4 이통` 우뚝

알뜰폰 가입자 700만 돌파는 올 1분기에 달성할 것이 유력하다. 이르면 다음 달도 가능하다. 2011년 7월 알뜰폰 공식 도입 이후 약 5년 반 만에 이룬 성과다. 이동통신 시장점유율도 11%를 넘었다.

세계에서도 유례가 드문 빠른 성장 속도다. 점유율 10% 돌파 시점이 4년 4개월로, 유럽에서도 알뜰폰이 활성화됐다는 프랑스와 스페인이 6년 소요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빠르다.

`성장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는 우려를 깨고 알뜰폰이 지속 성장한 비결은 과감한 요금제다. 지난해 초 기본료를 없앤 `제로요금제`가 알뜰폰 신드롬을 일으켰다면 지난해 하반기는 `롱텀에벌루션(LTE) 반값 요금제`가 데이터에 목마른 소비자를 대거 끌어들였다.

`손해 보고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홍보 효과를 감안하면 밑지는 장사는 아닌 셈이다. 삼성전자 갤럭시S7, LG전자 G5·V20, 애플 아이폰6 등 주요 제조사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를 확대한 것도 알뜰폰 인기에 한몫했다.

정부 지원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7월 미래창조과학부는 `통신시장 경쟁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알뜰폰이 실질 경쟁 주체로 성장하도록 지원한다`고 밝혔다. 돌이켜보면 제4 이동통신 대신 알뜰폰을 키우겠다는 말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도매 대가 인하, 전파 사용료 감면 1년 연장, 도매 제공 의무사업자 제도 연장 등 다양한 정책으로 알뜰폰을 육성했다. 우체국, 허브 사이트 등 온·오프라인 유통 플랫폼은 알뜰폰 성장의 일등공신이다.

◇800만 가려면 `도매 대가 인하` 등 과제 산적

알뜰폰은 이제 가입자 800만, 이동통신 시장점유율 12%를 향해 달린다. 연내 달성이 쉽지는 않은 목표다. 알뜰폰은 여전히 브랜드 파워에서 이동통신 3사에 밀린다. 더욱이 선택약정(20% 요금할인)이 인기를 끌면서 `저렴한 요금제`를 내세운 알뜰폰의 장점이 희석됐다.

해법은 더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도매 대가, 그 가운데에서도 데이터 도매 대가를 낮춰야 한다. 알뜰폰은 일종의 `통신 소매상`이어서 이통사로부터 도매를 싸게 사 와야 소매도 싸게 팔 수 있다. 데이터 도매 대가는 지난해 메가바이트(MB)당 5.39원이었다. 2012년 21.65원과 비교하면 네 배나 저렴해졌다. 그러나 알뜰폰은 여전히 불만이다. 10기가바이트(GB)로 계산하면 5만5193원으로, 팔아 봐야 남는 게 없다.

전파 사용료도 `발등의 불`이다. 알뜰폰 육성을 위해 납부를 면제해 주고 있지만 면제 기한은 올 9월 만료된다. 추가 면제가 없으면 10월부터 사용료를 내야 한다. 지난해 한 차례 연기한 것이어서 추가가 쉽지 않다.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알뜰폰 연간 전파 사용료는 약 330억원이다.

알뜰폰의 자생 노력도 중요하다. 불완전 판매는 뿌리를 뽑아야 한다. 당장 가입자 한 명은 늘릴 수 있겠지만 이미지가 나빠진다. 알뜰폰 브랜드 알리기에 나서야 한다. `알뜰폰`이라는 용어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통신 품질을 믿지 못하는 사람도 다수다. 우체국 등 정부 채널을 통해 홍보한다지만 한계가 있다. 언제까지 정부 지원에 기댈 수만은 없다. 최소한의 노력이 필요하다. 서비스를 강화해서 이동통신 시장 0.4%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기 변경 가입자를 늘려야 한다. 가입자가 전혀 없는 태블릿PC, 웨어러블 분야로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

◇선진국 보면 성장세 꺾일 시점…장기 성장 로드맵 세울 때

알뜰폰 장기 성장 방안을 고민할 필요도 있다. 2014년 기준 알뜰폰 시장점유율은 영국 13%, 프랑스 11%, 스페인 12%다. 12% 안팎에서 성장이 멈췄다. 알뜰폰에 대항해 이통사가 요금을 낮추면서 둘 사이에 유의미한 차별이 사라지는 지점이 `시장점유율 12%` 부근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결국 이보다 더 알뜰폰을 키우는 건 시장 자체의 힘보다 정부 의지가 중요해진다.

장기 성장 해법은 `자생력 기르기`로 모아진다. 지금처럼 온전히 이통사에 매인 알뜰폰 대신 상당한 수준의 자율성으로 대등한 수준의 협상력이 있는 알뜰폰이 궁극의 목표다. 업계에서는 이를 `완전 MVNO` 또는 `풀MVNO`라 부른다. 풀MVNO는 주파수와 기지국 정도를 제외하곤 대부분 자체 설비를 갖춘 `준 이통사`나 마찬가지다. 그만한 자금력을 갖춘 업체를 어떻게 기를 것인가가 가장 큰 과제다.

풀MVNO로 가는 중간 단계에 `데이터 사전구매제`가 있다. 알뜰폰이 이통사로부터 데이터를 대량으로 구매해 요금을 더욱 낮추는 한편 요금제 설계 자유를 갖도록 하는 제도다. 테라바이트(TB) 단위의 데이터를 한꺼번에 구매할 여력이 있는 중대형 알뜰폰 사업자가 선호한다. 그러나 이통사의 반대가 심할 뿐만 아니라 법률 근거가 분명하지 않아 도입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