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조금은 바쁜 약속과 일정에 건강을 제대로 챙기지 못해 독감에 걸렸다. 독감 예방 접종까지 했는데 좀 억울하긴 하다.
연이은 송년 모임에 숙취와 수면 부족으로 피곤하다고 생각했지만 급기야 주말에 탈이 나고 말았다. 고열에 두통, 근육통까지 몸살이라고 생각하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
간단한 진단 키트로 내려진 결과는 전염력 강한 A형 독감. 이어진 주사 치료와 독감 대표 치료제인 T약품 등을 처방 받았다. 약국에 들러 조제약과 마스크를 샀다.
집으로 돌아와서 언제부터 증상이 있었는지 곰곰이 따져 봤다. 뚜렷하게 떠오르지는 않았다. 그냥 한동안 모임 등 몸이 받았을 스트레스가 평상시보다 조금 더 많았다는 것뿐. 결국 돌아보면 몸은 피곤하다는 신호를 보내 온 것 같다. 독감은 몸이 준 신호를 무시한 나 스스로가 만들어 낸 문제인 셈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지독한 독감에 걸려 있다. 경제, 정치,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예외도 없다. 진짜 독감처럼 증상도 다양하다. 그리고 독감이 오기 전에 몸이 보낸 신호가 있은 것도 같다.
사회 전반으로도 이런 이상 신호는 몇 년 전부터 분명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각종 강력 사건에서 이런 점이 두드러진다. 최근 몇 년 동안 강력 사건이 이전과 다른 점은 가해자가 진짜 평범한 우리 주변 사람인 때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한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일으키는 분노 조절 장애 범죄가 많아졌다. 분노 범죄는 스트레스와 울분이 축적되다가 통제력을 잃고 자신과 타인에게 분노를 터뜨리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9년 3720명이던 분노 조절 장애 환자가 2013년 4934명으로 5년 사이 1214명(32.6%) 증가했다.
미국의 유명한 정신과 의사이자 법의학자인 프랭크 미너스 박사는 “분노는 타인으로부터 무시당하거나 자신이 무가치한 존재로 취급될 때 폭발한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분노는 자신의 가치나 욕구, 신념이라는 자기 보전의 감정이 거부당할 때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한 전문가도 수년 전에 비슷한 예상을 했다. 우리 사회의 공공 시스템이 사회 불만을 받아내지 못하면 그 불만이 주변으로 분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이 전문가의 예언처럼 분노 조절 장애 범죄뿐만 아니라 가족 또는 이웃 간에 벌어진 다양한 범죄가 미디어를 장식했다. 전문가들은 분노 범죄 등에는 항상 전조 현상이 있다고 한다. 이를 일찍 포착할 수만 있다면 범죄로 발전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범죄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지금 각종 병증을 겪는다. 다행인 것은 병이 발현되면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고, 적절한 치료는 일정 기간이 지난 뒤 건강한 삶의 복귀를 보장해 준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 사회도 그동안 몸이 보내 온 이상 신호를 무시하다가 독감에 걸려 호된 병치레를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조만간 원인과 대처법을 찾아 건강을 회복하리라 믿는다.
이와 더불어 두 가지 걱정이 현실화되지 않기 바란다. 이번 독감이 더 큰 병을 알리는 전조 증상이 아니기를. 다음으로 언제 아팠느냐는 듯 다시 이전 삶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홍기범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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