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운전대를 잡지 않은 상태에서 자율주행차가 교통 위반을 했다면 범칙금은 누가 내야 할까? 일반 국민들은 자율주행차 제작사와 소유자가 절반씩 책임져야 한다고 답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연구원은 11~12월 두 달간 일반인 700명과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기관 종사자(전문가) 37명으로 나눠 자율주행차 교통 위반 책임소재 인식 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26일 밝혔다. 일반인은 사람의 조작이 없는 조건에서 자율주행차 교통위반 책임은 38%는 제작사가, 30%는 차량소유자가, 31%는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고 답했다.
자율주행차 운행 관련 가장 우려하는 사항으로 전문가는 사고발생시 책임 소재를 꼽았다. 반면 일반 국민은 운행 중 시스템 고장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교통사고 문제를 선택했다. 전문가는 사고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고에 따른 사후처리·법적 문제에 집중한 반면, 국민은 사고발생 가능성 자체를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자율주행차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전문가는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높았고 일반인은 자율주행차 운행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전문가는 공동책임이 39%로 가장 높았고 제작사(24%), 자율주행차 운행자(16%), 탑승자(1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운전하는 일반인은 자율주행차 운행자(44%), 제작사(31%), 탑승자(14%), 공동책임(10%), 운전을 하지 않는 일반인은 자율주행차 운행자(38%), 제작사(33%), 공동책임(18%), 탑승자(10%) 순으로 많았다.
자율차가 상용화되면 이용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자율주행차를 탑승해 본 경험이 있는 전문가는 80~90%가 의사가 있다고 답한 반면, 반면 탑승경험이 없는 전문가와 일반인은 30~50% 정도만 의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통법규 준수여부에 대해서는 일반운전자 72%와 전문가 68%가 자율주행차가 교통법규를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국토부는 2월 12일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제도를 시행한 이후 6개 기관 총 11대의 자율주행차 임시운행을 허가했다. 11월말까지 11대 자율주행차는 자율주행모드로 총 2만6000㎞를 달렸다. 시험운행을 하면서 지금까지 사고 사례는 없으나 주변 차량의 갑작스러운 끼어들기 등 돌발 상황에 대응해 10여 차례 운전자가 수동으로 전환해 직접 운행한 사례가 나왔다.
국토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분석하고 앞으로 자율주행차의 교통체계에 대한 국민 이해를 높일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교통연구원과 함께 다음 달 5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세미나를 개최할 계획이다.
김채규 국토부 자동차관리관은 “올해 자율주행차 상용화 지원을 위해 제도 개선, 실험도시 구축 및 안전성 평가기술 연구 등에 정부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며 “내년 주행데이터 공유센터를 구축하고 사회적 수용성 연구에 착수해 자율주행차 시대를 위한 준비를 착실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주문정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mjjoo@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