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청와대를 출입한지도 어느덧 1년이다. 지난 시간을 회고할 때 사람들은 `다사다난했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하지만 올해는 이 단어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역대 어떤 정권 때 보다, 어떤 출입처 보다 드라마틱했던 해로 기억될 듯싶다.
`최순실 사태`를 겪으며 `원칙과 신뢰`는 무너지고 `불통과 독선`을 목격했다. 최씨 관련자들은 줄이어 구속되고 대통령은 탄핵 심판대에 올랐다. 국민에겐 참으로 고단한 한 해였다. 대한민국 전체가 `피눈물 나는` 한해였다.
1년 전, 박 대통령은 지지율 41%로 성탄절을 맞았다. 레임덕 따윈 없어보였다. 불과 1년 만에 상황은 뒤집어졌다. 대통령 철통 지지율은 10분의1 수준인 4%로 무너졌다. 연말 분위기를 느낄 겨를도 없다. 광장에는 시민이 모여 `하얀 크리스마스` 대신 `하야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청와대는 물론, 기자실도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이런 난국은 상상도 못했다. 4·13 총선에서 집권 여당 새누리당이 참패하면서 위기가 닥쳤지만 이란과 아프리카 순방에서 `링거 투혼`을 벌인 결과, 추락했던 대통령 지지율은 반등했다. 외치로 레임덕 돌파구를 찾았다. 하지만 비선 실세 폭탄이 터졌다. 레임덕 수준이 아니라 직무정지 `데드덕` 단계다.
이 과정을 지켜본 1년, 심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감당하기 힘겨웠다. 청와대 기자단을 향한 `맡은 바 임무`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많다. 결과적으로 `팩 저널리즘(패거리 언론)`에 휘말려 현 정권을 제대로 감시·견제하지 못한 책임에선 벗어나긴 어려워졌다.
요즘 부쩍 2016년 1월 신년 기자간담회견장 모습이 자주 떠오른다. 긴장감과 절제 속에 차분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운 좋게 제일 앞자리에 앉았지만 대통령과 격의 없이 대화를 주고받을 순 없었다. 백악관 출입 기자들처럼 날 선 질문이나 엉뚱한 질문으로 대통령을 곤경에 처하게 할 수도 없었다. 단지, 그날 다리를 꼬고 편하게 앉아 대통령 회견을 들었다. 하지만 며칠 뒤 만난 청와대 모 수석은 그날 기자 행동에 “외신 기자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 마저도 청와대에서는 쉽사리 용납되지 않는 태도라는 거다. 기자 앉은 자세까지 자유롭지 못했던 제왕적 통치 무대가 청와대였다. 바른 소리할 수 있는 참모가 옆에 있기 힘든 구조였다.
내년 대한민국은 대전환기를 맞는다. 복잡하게 얽혔고, 예측하기도 힘들다.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 어느 해 보다 무거운 마음으로 연말을 보낸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