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노믹스]<칼럼>김승열 변호사 "특허박스 도입 검토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즈음해 점차 국경이 무너지고, 모든 것이 오픈·디지털화 및 글로벌화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국가 정체성과 역할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국가도 과거의 규제 중심이 아니라 공공 서비스 제공자 역할과 기능에 초점을 맞춰야 할 전망이다.

유럽 약소국인 아일랜드, 그리고 미국에서 가장 작은 편에 속하는 델라웨어주의 적극적인 조세정책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식재산(IP) 산업 활성화를 위한 범국가적 지원은 시대적 당면과제라는 점에서 우리 조세정책도 재점검하고 혁신해야 한다. 국내 IP산업은 연구개발 세제혜택 등 범정부 지원은 상당하나, 가장 중요한 단계인 IP 사업화 내지 상업화를 지원하는 세제책은 의외로 미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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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열 변호사/카이스트 겸직교수(Richard Sung Youl Kim, Esq.)

이 때문에 아일랜드가 처음 시도한 특허박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IP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조세정책인 특허박스는 IP 사업화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한 법인세를 감면하는 인센티브 성격의 정책으로, 1973년 처음 도입됐다. `박스`라는 표현은 세금신고서에서 낮은 세율을 적용 받기 위해 표시하는 체크박스에서 유래했다.

낮은 법인세 시행 등으로 구글과 애플 등 세계적 기업을 유치한 아일랜드는 재정위기를 겪으며 특허박스를 폐지했지만, 나머지 유럽 국가와 중국 등이 도입해 성과를 거두었다. 영국은 자국 내 사업장을 가진 외국 업체에도 특허박스를 제공하는 등 확대 시행하고 있다. 중국도 2008년 특허박스와 유사한 신기업소득세법을 도입해 등록특허 법인세를 감면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도 특허박스 도입을 논의했지만, 주무 부서 단계에서 제도 도입과 관련해 논란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특허박스는 기존 조세특례정책에 추가하는 것이어서 형평성 내지 세수감소 등 문제가 있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IP회계계정으로의 부당유입으로 세금 탈루 등의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아일랜드나 영국에서 특허박스 도입으로 세수가 감소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점은 막연히 제도 악용가능성 우려만으로 특허박스 도입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IP산업의 적극적 지원 내지 활성화는 국가경쟁력 향상 차원에서 시급한 현안 과제이기 때문이다. IP산업에서는 범정부 차원의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행정 행위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만에 하나 우려가 있다고 해도 일단 시행 후 악용에 대한 엄중한 법 집행으로 제도를 보완하면 될 일이다.

그리고 특허박스를 제한적 범위 내에서 해외 업체에도 적용하면 세계적 기업 유치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아일랜드과 미국 델라웨어주는 시장 수요에 부응하는 소비자친화적 법제도를 도입했다. 조세피난처와 같이 다소 과감한 세제정책 등으로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아일랜드의 시도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적극 참조할 필요가 있다. 미국 델라웨어주도 업체 관련법 인프라를 기업친화적 방향으로 개편해 기업 유치에 성공했다. 과세정책은 기업친화적이고, 시대에 맞도록 융통성 있게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IP사업화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타나도록 법인세 경감 등 범정부적 지원과 노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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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열 변호사/카이스트 겸직교수(Richard Sung Youl Kim, Esq.) ksy@lawks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