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QD비전이 해산 절차에 들어갔다. 삼성전자에 퀀텀닷(QD) 지식재산권(IP)을 매각하면서 재료 사업을 아예 중단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QD비전은 삼성전자에 퀀텀닷 관련 IP 매각에 합의한 뒤 현재 기업 해산 절차를 밟고 있다. 퀀텀닷 재료를 공급해 온 고객사에 내년 1월 중에 거래를 중단하겠다는 일정을 통보했다. 핵심 IP를 모두 삼성전자에 매각한 이상 추가 기술 개발이나 재료 합성 등 사업을 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QD비전은 퀀텀닷 생산 설비도 매물로 내놓았다. QD비전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 인력 비중이 많은 편이다. 이미 일부는 애플 등 관련 기업으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인력은 퀀텀닷 재료 분야 경쟁사 등 다양한 분야로 흩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QD비전의 퀀텀닷 생산설비나 전문 인력을 함께 인수하지 않고 IP만 인수한 것이 특허 확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삼성전자는 종합기술원에서 퀀텀닷 재료 특성과 합성 기술을 연구개발(R&D)한다. 한솔케미칼이 삼성전자로부터 기술 라이선스를 받아 재료를 합성한다. 미래나노텍과 글로텍은 한솔케미칼이 합성한 재료를 받아 필름으로 제작, 삼성전자에 공급한다.
QD비전은 소니, 중국 TCL 등에 재료를 공급해 왔다. 삼성전자가 IP를 매입함에 따라 앞으로 QD비전 기술을 이용하려면 삼성전자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전략 차원에서 특허 기술 사용을 불허하면 관련 제품 생산을 중단하거나 다른 퀀텀닷 재료 기업과 손을 잡아야 한다.
실제로 국내 한 기업은 QD비전과 재료 공급 계약을 맺었다가 이번 인수 때문에 사업 계획을 급히 변경했다. 서둘러 다른 재료 기업과 계약을 맺었지만 물질 구성과 특성 등이 상이, 추가 R&D가 필요하다.
QD비전이 해산 절차를 마무리하면 세계 퀀텀닷 재료 업계는 크게 삼성전자, 영국 나노코(비카드뮴계), 나노시스가 점유한다. 국내 기업인 나노스퀘어와 에코플럭스도 퀀텀닷 재료 합성 기술을 보유했다. 중국에도 다수의 중소 퀀텀닷 재료 합성 기업이 등장했지만 글로벌 3사에 비해 기업 규모나 R&D 기간이 못 미친다.
업계는 퀀텀닷의 발광 효율성을 개선하고 필름이 아닌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IP 확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QLED 기술을 선점, 경쟁사 진입 장벽을 높이려는 시도가 더 거세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의 많은 TV 제조사가 퀀텀닷 TV 출시를 준비하고 있어 재료 기업이 라이선싱 수익 외에 새롭게 양산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시기를 앞뒀다”면서 “의미있는 실적을 거두기까지 버티기 힘든 기업이 새롭게 인수합병(M&A) 대상으로 거론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