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철도(에트로) 전송망 시장에서 국산 장비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주요 도시철도공사가 잇따라 외산 전송 장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국산 장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외산 장비가 전송망 시장의 주류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일 서울도시철도공사(5·6·7·8호선)는 지하철 `5호선 디지털 전송설비 구매 설치(개량 사업)` 사업에 필요한 전송장비 규격을 공개했다.
인터넷 서비스, 철도통합무선망(LTE-R)과 쉽게 연동하도록 IP 기반 통신 장비를 구매 대상으로 제안했다. `IP-MPLS`라 불리는 전송 장비만 가능한 제안이다.
`광다중화(MPLS-TP)`를 보유한 국산 업체는 입찰 참여가 불가능하다.
국산 장비 업계는 MPLS-TP로 메트로 전송망을 구축하는데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체재가 존재함에도 외산 장비를 선택하는 건 바람직한 판단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 전송설비는 `중소기업제품 구매 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거, 중소기업 경쟁 제품으로 지정됐다는 근거로 국산 장비 채택을 요구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를 포함한 국산 주요 전송장비 업체와 네트워크통합(NI)업체는 이 같은 이유로 서울도시철도공사에 이의를 신청했다.
IITP ICT장비법제도상담센터 관계자는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업은) 중소기업 간 경쟁 제품이 아닌 IP-MPLS를 요구하고 있어 중소기업 간 경쟁 제품인 MPLS-TP로 변경할 것을 권고한다”면서 “역당 통신 용량을 고려했을 때 과도한 용량을 산정했기 때문에 용량 변경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비업계는 외산 장비 확산을 경계했다.
장비업계 관계자는 “이달 초 공항철도가 IP-MPLS 도입을 결정하면서 외산에 문을 열어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면서 “서울도시철도공사도 외산 장비를 선택, 우려가 현실화 됐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1·2·3·4호선)도 전송망 개선 사업을 앞두고 있어 IP-MPLS 확산에 속도가 붙을 게 아니냐는 우려다. 국산 장비 배제 논란에 일부 공공기관은 IP-MPLS를 공급할 국내 장비 업체를 찾고 있다. 그러나 현실로는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몇몇 기술을 갖춘 업체가 개발하더라도 이미 외산 일색으로 시장 판도가 바뀐 뒤라는 지적이다.
장비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IP-MPLS 대신 국산 MPLS-TP를 사용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IP 기반 광대역 통신망을 구축해 전기·신호·기계별 단말 제어와 모니터링, IP 음성, CCTV 영상 데이터를 수용할 수 있다”면서 “열차 안전 운행에 기여할 것”이라고 사업 취지를 설명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업에 대한 IITP 주요 권고 사항>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