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드라이브] `명실상부 대표차` 현대자동차 그랜저(IG)

신형 그랜저(IG)는 올 연말 국내 자동차 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차다. 판매 돌입 일주일 만에 무려 4600대가 팔렸다. 그랜저를 보지도 않고 계약한 사전 계약 숫자는 2만7491대에 이른다. 대한민국 자동차 역사를 통틀어 가장 많은 사전계약이다.

1987년 태어난 그랜저는 오랫동안 대한민국 최고의 차 자리를 군림해 왔다. 성공의 상징처럼 여겨져 온 그랜저는 `사장님 차`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세대를 넘어서면서 그랜저는 범접하기 힘든 `사장님 차`에서 점차 젊어지기 시작했다. 6세대인 그랜저IG에 이르러서는 30~40대 중산층을 겨냥하는 차로 환골탈태했다. 젊어진 신형 그랜저가 한편으로는 낯설기도 하지만 친숙한 느낌을 주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인 것 같다.

시장 반응이 큰 만큼 기자들도 그랜저에 대한 기대가 컸다. 도심을 질주하는 신형그랜저의 광고를 떠올리면서 스포츠세단의 느낌을 기대했다.

실제 시승을 해 본 느낌은 스포츠세단보다는 패밀리카에 가깝다. 젊어졌다고 해도 아주 젊은 느낌은 아니다. 과거 그랜저가 사장님 차 였다면, 신형 그랜저는 승진을 빨리한 40대 초반의 부장님 느낌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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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확실히 30~40대를 포용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보인다. 날카롭고 강렬한 느낌의 헤드램프와 리어램프가 그렇다. 일자형으로 불이 들어오는 리어램프는 그랜저HG 모습을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어두운 곳에서 봤을 때는 개성이 느껴진다. 일자형 리어램프가 SM6나 올 뉴 컨티넨탈과 비슷하다는 이들도 많은데, 그보다는 그랜저HG 인상이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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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 시트도 30~40대를 겨냥해 투톤 컬러가 강조됐다. 사전계약자 중 브라운 투톤 선택률은 15%로, 구형 대비 두 배 이상이라고 한다. 기자가 시승한 차는 카멜 투톤 시트가 장착됐다. 브라운 색이 붉은 기가 두드러진 카멜색이어서 세련된 느낌보다는 역동적 느낌이 컸다. 돌출형 내비게이션을 제외하고는 기존 차량과 크게 다른 느낌은 없다. 일자로 가지런히 놓인 큼지막한 버튼이 시원스럽다. 어느 연령층이든 크게 이질감을 느끼지 않을 배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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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 성능도 그랜저가 갖고 있는 이미지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다만 젊은 감각에 맞추기 위해 날카로운 핸들링을 구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는 느낌이다. 현대차가 과거 그랜저의 부드러운 핸들링에 중점을 뒀지만, 신형은 직관적이고 민첩한 핸들링이 가능하도록 했다는 것. 워커힐에서부터 홍천 샤인데일 CC까지 가는 길에 있는 산길에서, 최대한 극단적으로 조향을 해도 안정적인 느낌이 들었다. 시승한 차량은 3.0 가솔린 모델로 최대출력 266마력(6400rpm)과 최대토크 31.4kg.m(5300rpm)을 발휘한다. 더욱이 전륜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해 가속 응답속도가 빠르다. 이런 점들을 강조하기 위해 도심 속에서 드리프트를 하는 광고 영상을 만들었나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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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그랜저가 구형과 다른 점 중의 하나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다. 제네시스에서 경험했던 제네시스 스마트 센스를 고속도로주행지원시스템(HDA)만 빼고 그대로 넣었다.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AEB, 보행자 인지 기능 포함), 주행 조향보조 시스템(LKAS), 후측방 충돌 회피 지원 시스템(ABSD), 부주의 운전경보 시스템(DAA),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어라운드 뷰 모니터(AVM) 등이 장착됐다. 안전·편의장치는 수입차 못지 않은 구성이다. 고속도로에서 일정 속도와 간격을 설정해 두고 나면, 앞차와 간격을 알아서 조절하면서 차선까지 맞춰주니 운전이 정말 편한 느낌이다. 핸들(스티어링 휠)에 손을 올린 채 앞을 주시하고 있는 정도로 운전자가 할 일은 끝난다. 제한 속도에 맞춰 속도를 줄였다 높였다 할 필요도 없고, 핸들을 조절할 필요도 없다. 다만, 커브가 심한 곳에서 주행 조향 보조 시스템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또한, 부주의 운전경보 시스템은 방향지시등을 켰을 때 사각지대에 차가 있을 경우 끊임없이 경적을 울려대 귀에 거슬렸다. 경적은 한 번만 울려도 차가 있는지 없는지 다시 확인할 텐데, 안전만을 생각해 설계한 것 같았다. 방향지시등을 켜고 주위를 살핀 후 차선을 변경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 기능은 먼저 주위를 살펴 차가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방향지시등을 켜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경적소리가 운전자를 가만 두지 않을테니까 말이다.

내비게이션 방향과 속도 등을 알려주는 HUD는 지금까지 본 차 중 제일 마음에 든다. 낮에 봐도 또렷할 뿐만 아니라 그래픽과 색감이 제네시스 HUD보다도 훨씬 다채로워졌다. 그만큼 보기에도 편하고 직관적이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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