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트]김환철 문피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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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철 문피아 대표(금강)

조각가를 꿈꾸는 청년이 있었다. 그는 국전 출품을 위해 최고급 은행나무가 필요했다. 나무 값 200만원은 1981년 당시 집 한채를 살만한 거금이었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 무협소설을 썼다. 한 작품으로 80만원이라는 거금을 손에 넣었지만 청년은 조각가로 돌아가지 않았다.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석주스님은 몸이 불편한 그에게 내세에서도 굳건하게 가라는 의미로 `금강(金剛)`이라는 필명을 지어줬다.

입문 뒤 반갑자(30년)가 훨씬 지난 2016년 금강은 국내 1세대 무협 원로가 됐다. 김환철이라는 실명을 내걸고 국내 장르소설 플랫폼 `문피아` 대표가 됐다. 후배 작가에게 먹고 살 길을 열어주겠다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국내 장르소설 시장 상황도 크게 바뀌었다. 1980년대 1세대, 1990년대 2세대를 거쳐 2000년대 신무협을 이끈 3세대가 2010년대에 들어 무너졌다. 시장이 침체되면서 권당 받던 원고료가 5분의 1로 떨어지기도 했다.

김 대표는 “시장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생계에 곤란을 느끼는 작가가 많았다”면서 “장르소설에서 많이 받은만큼 후배 작가에게 돌려주는 게 맞을 것 같아 문피아 대표를 맡았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 바람대로 문피아는 2013년 유료로 전환한 뒤 급성장했다. 2013년 유료화 첫해 매출이 4억원을 조금 넘었지만 다음해 45억원으로 불어났다. 올해 매출은 124억원을 기록한 작년보다 두 배 성장한 250억원에 근접할 전망이다.

그만큼 작가 여건도 개선됐다. 현재 최고 인기 작가가 한 달에 7000만원을 번다. 새해에는 최고 작가 수입 1억원 돌파가 목표다.

문피아는 총 상금 3억원이 넘는 국내 최대 공모전을 개최하고 작가 지원금 등을 지급한다.

하지만 아직 많이 모자란다. 무료라는 인식이 팽배해진 시장에서 대다수 작가가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다. 작가가 되고 싶어도 교육이 부족하다. 정부 장르문학 작가 육성 지원 프로그램도 미비하다. 김 대표가 직접 작가 교육에 나서고 `문향지연`이라는 작가 커뮤니티를 통해 멘토링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피아 내 웹툰 서비스 `툰피아(가칭)`를 시작하는 것도 더 많은 작가에게 경제적 여건을 마련해주기 위해서다.

문피아 내 웹툰 섹션에서 문피아가 보유한 무협소설 등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남성 취향 작품을 선보인다. 개발을 마무리한 뒤 새해 상반기 작품 출시를 조율 중이다.

김 대표는 “영향력 있는 플랫폼은 웹소설만 있는 경우가 없다. 웹툰은 웹소설과 가장 가까운 원소스멀티유즈(OSMU)대상”이라면서 “경쟁력 있는 웹소설을 활용해 문피아만의 개성있는 웹툰 작품을 선보여 작가 수익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굳건하게 살아가려던 `금강`은 이제 국내 장르문학 작가 생태계를 굳건하게 받치는 초석이 됐다. 성공한 선배 작가와 국내 최대 장르문학 플랫폼 대표가 되며 책임감도 막중해졌다.

그는 “겨울이 오면 20만~30만원을 빌려달라는 후배들 편지가 오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면서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후배 작가들이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 창작 환경 조성에 기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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