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공 여단에서 소대장으로 근무할 때였다. 전술훈련을 나가 다음 작전 지역으로 행군하고 있었다. 소대장으로서 부대의 맨 앞에서 지도를 보며 앞장서 가고 있는데 출발한 지 한 시간쯤 지났는데 왠지 느낌이 이상했다. 어디서 본 듯한 풍경이 이어지는 것이었다. 가까이 있던 소대원들이 내게 말했다.
“소대장님! 여기는 아까 왔던 곳 같습니다.”
아뿔싸! 한 시간 동안이나 행군해서 왔는데 같은 지역을 맴돌아 다시 처음 그 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소대원들은 이 사실을 눈치채고 하나 둘 자리에 털썩 주저앉기 시작했다. 소대장인 나도 순간 너무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라 잠시 멍해지고 말았다. 다시 정신을 차린 나는 소대원들에게는 휴식을 취하도록 하고 혼자 주변 지형을 정찰해 현 위치를 정확히 파악한 후 방향을 새로 정했다.
구성원들은 리더가 가는 길을 믿고 따라온다. 리더가 한 번 방향을 잘못 잡으면 조직 전체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 내가 소대장으로서 만일 전시에 전장에서 그렇게 한 시간 동안 제자리를 맴돌았다면 소대원 전체의 목숨이 위태로웠을 것이다.
속도가 빠를수록 방향은 더 중요해진다. 속도가 빠르면 같은 시간 내에 훨씬 더 먼 거리를 가기 때문이다. 이미 먼 거리를 내달린 다음 그 방향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돌이킬 수 있는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는 것, 이는 리더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임무이다.
고요한 호숫가에 2층짜리 통나무집이 있다. 아침 해가 막 떠오르기 직전, 2층 작은 침실 옆 투박한 책상에는 두툼한 서류 뭉치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투명한 안경알 너머 반짝이는 눈빛이 햇빛보다 선명하다. 눈빛의 주인공은 서류 하나하나에 담긴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미간을 찌푸리며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서류들은 회사의 개발자들과 임원들, 제품 관리자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작성한 프로젝트에 관한 것이다.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면 자신만의 언어로 전략을 구상해본다. 구상이 끝나면 다시 서류들을 대조 검토하며 그 구상이 타당한지 역으로 검증해본다. 어느새 아침식사 시간이 지나 해가 중천에 떠오르고 아래층으로 내려온 그는 산과 호수가 바라다보이는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면서도 계속 서류를 읽는다. 하루에 두 번, 간단한 식사를 준비하는 관리인 외에는 가족이나 회사 직원 그 누구도 방문이 허락되지 않는다. 그는 이렇게 온전히 2주간 자신의 생각에 몰입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롭 거스 기자가 유일하게 초대받아 가서 관찰한 빌 게이츠의 ‘생각주간’ 모습이다. 빌 게이츠는 이 2주간의 ‘생각주간’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 방향과 가장 핵심적인 사안들을 결정했다. 전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을 석권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원동력은 바로 최고경영자의 사색의 힘에서 나왔다.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수많은 정보에 노출된다. 순간순간 판단하고 결정해 주어야 할 문제도 분야별로 매우 다양하다. 일상 속에서 진행되는 이 과도한 판단과 결정의 업무에 시달리다 보면 누구든 지칠 수밖에 없다. 리더는 이 상황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빌 게이츠가 ‘생각주간’을 통해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은 자신이 모든 문제를 다 올바로 결정하고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권한과 책임을 과감하게 위임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빌 게이츠는 더 크고 중요한 일들을 할 수 있게 된다. (참고 : ‘빌게이츠는 왜 생각주간을 만들었을까?’ 대니얼 패트릭 포레스터, 토네이도, 2012)
“나는 경쟁자는 두렵지 않다. 다만 그들의 생각이 두려울 뿐이다.”
빌 게이츠가 한 말이다. 그렇다. 빌 게이츠, 그는 바로 생각의 중요성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자신이 경쟁자보다 더 깊이 더 앞서가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면 결국 경쟁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사실을 뼛속 깊이 인식하고 있었다. 한 조직의 수준은 리더의 생각 수준만큼만 발전할 수 있다. 빌 게이츠가 현장 경영에서 물러난 이후 마이크로소프트는 ‘생각주간’을 공식적으로 제도화했다.
특별하게 엄선된 40여 명의 엘리트 직원이 모여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제출한 아이디어를 검토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고 한다. 사색이란 수많은 소음 가운데 자신에게 의미 있는 소리를 정확히 포착하는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만 건씩 생성되는 정보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된 맥락을 발견하는 것이다. 과거에 일어난 일과 현재 진행 중인 일,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통으로 꿰뚫어 자신의 현재 위치를 인식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는 것이다. 이런 사색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아무도 방해할 수 없는 심연의 고요로 침잠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영혼이 순수하게 깨어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침묵 속에서 오롯이 자신이 영혼과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 사색은 침묵과 더불어 리더의 영혼을 깨끗하게 한다. 강하게 한다. 멀리까지 볼 수 있게 한다. 미세한 소리도 듣게 한다. 그때까지 느끼지 못했던 통일성과 견고함을 경험하게 한다. 사색하지 않는 리더는 당장은 아무런 어려움이 없어 보여도 자신과 조직을 이미 위험상태에 빠뜨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사색하지 않는 리더의 영혼은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둔감해지고 어두워져 가기 때문이다.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된 세상과 미래의 변화를 온전히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송수용 대표
현) 한국인재인증센터 대표
DID 드림코칭센터 대표
스타리치 어드바이져 교육 전문가
조세일보 기업지원센터 교육 전문가
전자신문 기업성장지원센터 교육 전문가
[저서]
DID로 세상을 이겨라(2009)
세상을 이기는 힘 들이대 DID(2013)
꿈을 완성시키는 마지막 1% 정성(2013)
킬링 리더 vs 힐링 리더(스타리치북스, 2015)
‘전자신문 기업성장지원센터’에서는 조직과 공동체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리더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수 있는 힐링 리더십 교육과 나아가 개인, 조직, 기업의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온라인 교육 서비스, 오프라인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임원퇴직금 중간정산, 가지급금, 명의신탁주식(차명주식), 특허(직무발명보상제도), 기업부설연구소, 법인 정관, 기업신용평가, 기업인증(벤처기업, ISO, 이노비즈 등), 개인사업자 법인전환, 상속, 증여, 가업승계, 기업가정신 등에 대한 법인 컨설팅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고용노동부 환급과정인 스마트러닝 및 온라인 교육, 오프라인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자신문 기업성장지원센터(http://ceospirit.etnews.com)
문의 / 02-6969-8925(etnewsceo@etnewsce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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