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동등결합` 가이드라인 준수에 성패 달렸다

SK텔레콤과 케이블TV 사업자가 동등결합 상품을 내놓는다. 새해 2월부터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기업 간 동등결합 제도는 이미 2007년에 시행됐다. 제도가 나온 지 거의 10년 만에 첫 사례가 나오게 됐다. 그만큼 이해관계가 첨예하던 문제를 전격 합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동등결합은 무선통신 시장에서 약자인 케이블TV 사업자가 지속 요구해 왔다. 그러나 SK텔레콤 등 통신사업자는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여 왔다. 이미 유무선 통신결합상품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온 통신사 입장에서는 굳이 케이블TV 업체와 손잡을 이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SK텔레콤이 동등결합을 전격 수용한 것은 두 가지 대승 차원의 가치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바로 공정경쟁과 상생협력이다. 경영 악화에 직면한 케이블TV업계가 고사하면 국내 미디어 시장의 손실이 커진다는 점도 작용했다. 무엇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두 사업자 사이에서 중재를 끌어낸 것이 주효했다.

그러나 동등결합이 실효성을 거둘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적과의 불안한 동거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벌써부터 나온다. SK텔레콤이 자체 IPTV나 초고속인터넷 상품이 있는 마당에 굳이 경쟁사 제품과 결합한 상품 판매에 적극 나서겠느냐는 우려가 가장 많이 나온다. 케이블TV 사업자는 자신들의 고객 정보를 활용, SK텔레콤이 영업 활동을 벌일지 모른다는 걱정도 많다.

미래부는 이를 감안, 이동통신 사업자의 결합상품과 동등결합상품 간 차별 금지를 골자로 한 `방송통신 동등결합 판매 가이드라인`도 내놓았다.

동등결합은 결국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에 따라 실효성도 결정될 것이다. 사업자들의 의지가 중요해진 셈이다. 정부는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후속 조치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공정경쟁과 상생협력의 새로운 게임 법칙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사업자들의 강력한 실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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