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잠자는 은행통장 정리에 착수했다. `계좌통합관리서비스`가 그것이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금융결제원 등은 8일 국내 16개 은행과 `계좌통합관리 서비스` 시연 및 출범을 알리는 행사를 가졌다. 서비스는 9일부터 전국 모든 은행에서 시행에 들어간다.
앞으로 은행 고객은 인터넷을 통해 본인 계좌를 일괄 조회할 수 있다. 소액의 비활동성 계좌는 클릭 몇 번으로 잔액 이전과 해지가 가능해진다. 잔액은 30만원보다 적어야 한다. 1년 이상 입출금 거래가 없는 사실상의 휴먼계좌를 인터넷으로 단 한 번에 정리할 수 있다. 인터넷으로 계좌를 한눈에 조회하고 잔액까지 옮길 수 있다.
모처럼 금융 소비자를 위한 정책이 나왔다. 1석3조 금융 정책이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누구나 원하던 서비스다. 은행 이용자는 더 이상 휴먼계좌 여부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잠자고 있는 돈을 만나는 행운도 기대할 수 있다. 통장 관리도 한결 편해진다. 바쁜 현대인들이 통장을 매번 관리하는 건 쉽지 않다. 금융권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정부 당국은 관리가 좀 더 수월해진다. 주인 없는 곳간을 지키는 수고를 덜게 됐다.
내일부터 통장 망명 대란이 예상된다. 계좌 정리에 따른 장벽이 없어지면 은행 간 희비도 엇갈릴 전망이다. 잠자는 계좌만 1억300만개. 14조4000억원의 자금이 대거 이동을 앞두고 있다. 은행 간 계좌 유치 전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통신 대란과 마찬가지로 은행 간 유치 전쟁이 한겨울 추위를 녹일 게 분명하다. 단계별로 이뤄지던 규제가 완전히 풀렸다.
1993년 8월 시행에 들어간 금융실명제는 우리 금융사에 획을 그을 사건이었다. 금융 거래에 따른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였다. 9일 시행되는 `계좌통합관리 서비스`는 소비자 편익을 중시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우리 금융 산업이 발전하는 또 다른 초석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