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이 표준 제정부터 1~2년간은 규제로 여기다 3년째부터 특허 출원 등 가시적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산업별로 편차가 커 세심한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됐다. 현행 표준사업이 시장과 유리돼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29일 서울 역삼동 바이솔에서 열린 `제4회 표준정책 마일스톤` 발표회에서 이희상 성균관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표준 제정 3년째에 기업 기술혁신(특허 출원)에 긍정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2000년에서 2012년까지 국가과학기술정보센터(NDSL)와 `이(e)나라 표준인증`에 등록된 표준(제정·보유수·분야·형태)과 2003년에서 2012년 사이 NDSL에 등록된 특허(등록 특허 분류별 출원 수) 통계를 분석한 결과다.
이 교수는 “표준 제정 후 1~2년 사이에는 표준이 규제로 작용해 부정적으로 작동하지만 3년쯤 되면 표준과 특허의 상생관계가 발현한다”면서 “외국도 비슷한 경향을 보이지만 구체적 연수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각 산업별로 표준 보유수가 기술혁신에 미치는 영향은 서로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금속 산업 분야에 속한 기업은 제품표준을 제정할수록 연구개발은 증가하나 특허는 감소했다. 수송기계 분야에 속한 기업은 방법·제품 표준을 제정할수록 연구개발이 줄었다.
이 교수는 “각 산업별로 차별화 된 표준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표준 보유수와 기술 혁신 사이에 유의관계가 확인된 금속, 환경, 조선, 항공우주 산업 등에 대한 정책은 차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과 산업 중심 표준으로 기업 수요에 부응하는 실용 표준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공성이 강한 분야와 상용화·실용화 요구가 강한 분야를 구분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황광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부연구위원은 “표준기술력향상사업(표기력 사업) 수요 제안이 대부분 대학, 출연연 연구자들에 의해 `표준을 위한 표준`으로 추진되고 있다”면서 “민간 업종 분석과 필요를 충분히 고려해 시급한 사안부터 표준화를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박정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은 단기간에 얻을 수 없는 표준 효과에 인력, 자금을 투입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2~3년 내에 승부를 봐야 하는데, 표준은 2~3년 이후를 바라봐야 한다. 표준이 중요하다는 것을 (기업도) 알긴 하지만 직접 자사 수익으로 연결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확신을 못한다”고 짚었다.
한국표준협회가 개최한 이날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정책논문 공모전에서 선정된 3편 논문 내용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표준협회는 이날 총 7편 논문에 대한 시상식도 함께 열었다.
백수현 표준협회장은 “선도형 신성장기술 육성과 스마트시대에 적합한 표준개발을 위해 기존과는 다른 형태로 새로운 표준정책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