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전기차(BEV·PHEV) 시장에서 한국산 배터리가 줄곧 1위를 지켜온 일본을 추월할 발판이 마련됐다. 다음 달부터 미국 출시되는 유력 전기차 모델 5개 중 4개가 국산 배터리를 탑재하기 때문이다. 북미 시장 전체 32개 전기차 모델 중 19개가 한국산을 쓴다. 다수의 공급선을 앞세운 한국 배터리와 테슬라 의존도가 큰 일본 배터리 간 경쟁은 본격화될 전망이다.
29일 북미 전기차 전문 매체 인사이드이브이스(EVs)가 집계한 북미 전기차(BEV·PHEV) 판매량을 근거로 재분석한 결과 지난달 한국산 배터리 판매량은 32%(8만6919㎾h), 일본은 68%(19만2532㎾h)로 조사됐다. 지난 9월 국산 배터리 점유율이 16%(10만8167㎿h)였던 것에 비하면 두 배 늘었다. 차량 판매 대수로 따지면 한국산 배터리 전기차는 전체 시장(1만832대)에서 45%(4817대)로 55%(6015대)인 일본과 비슷한 양상이다.
이는 일본 배터리 쓰는 테슬라 등 전기차 판매가 크게 떨어진 반면, 국산 제품을 단 전기차 판매는 변동 폭이 없었다.
파나소닉 배터리를 장작한 테슬라 전기차 `모델S`와 `모델X` 지난달 판매량은 각각 925대·725대로, 9월 판매량 각각 4350·3200대와 비교하면 70% 이상 떨어졌다. 이는 최근 모델S 등 `오토파일럿(Autopilot)`기능 결함 논란으로 테스라가 성능 개선 집중한 탓에 생산·차량인도에 차질이 생겼을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반면에 LG화학 배터리를 장착한 GM `Volt`는 지난 달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모델S`(2만2171대)에 이어 누적 판매량 2위(1만8517대) 자리를 확고히 했다.
내년 초면 한국산 배터리 역전도 노려볼 만한 상황이다. 다음 달 출시되는 GM 첫 배터리 전기차(BEV)인 `Bolt(볼트)`를 비롯해 기아차 `옴티마PHV`, BMW `740e`, 크라이슬러 `퍼시피카`, 도요타 `프리우스 프라임` 5개 모델 중에 `프리우스 프라임`을 제외하고 전부 국산 배터리 채용한다.
이에 북미 판매 중인 전기차 32개 모델 중 연말이면 19개 전기차가 국산 배터리를 달게 된다. 여기에 현대차의 첫 양산형 전기차인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포함해 BMW·폭스바겐 등 다수 완성차가 내년초 출시하는 신형 전기차 역시 대부분 국산 배터리를 채용한다.
배터리 업계 전문가는 “세계 시장 축소판인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일본 배터리 점유율이 높은 건 테슬라 판매량 때문이다”며 “테슬라 전기차에 대적할 장거리 주행성능을 지닌 전기차 모델이 연말부터 대거 출시되는데 이들 차량 70~80%가 국산 배터리를 쓰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면 추월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11·12월 미국 출시 예정인 글로벌 전기차 모델>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