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미국 프리미엄폰 시장 공략에 나선 화웨이가 고전을 면하기 힘들 전망이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공백 등 호재가 있지만 기술과 문화적 장벽이 견고, 통신장비에 이어 `찬 밥`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화웨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9`이 이달 중 판매된다. 미국 중저가폰 시장을 공략해온 화웨이가 프리미엄폰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판매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우선 아마존닷컴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만 판매된다. 또 판매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미 이동통신사들이 협력을 꺼려하고 있다.
현재 미국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과 삼성이 주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화웨이의 3분기 미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0.4%에 불과하다. 애플(39%)과 삼성전자(23%)에 비하면 한참 뒤진다.
삼성 갤럭시노트7 판매가 미국에서 중단되면서 화웨이에도 기회가 생겼지만 시장 분위기는 화웨이 제품에 부정적이다. 앞서 2012년 미국 의회는 중국이 미국 통신 시장에서 첩보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을 금하는 권고를 한 바 있다. 이에 화웨이는 “중국 정부와 관계없는 독립적 회사”라며 부인했지만 브랜드 인지도와 보안은 여전히 화웨이가 미국에서 시장을 확대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전력 때문에 미국 통신사들은 화웨이와 프리미엄폰에서 협력하는 걸 꺼려한다. 리차드 유 화웨이 스마트폰사업 책임자는 “미국에서 신뢰를 쌓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기술 문제도 화웨이의 미국 시장 확대를 발목 잡고 있다. 미국 이동통신 표준과 관련한 기술적 장애가 남아 있다. 화웨이 미국 지사 매니저는 “장애를 극복할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기술 문제는 고스란히 화웨이의 비용 투자로 돌아간다.
화웨이는 이미 버라이즌과 스프린트가 사용하는 이동통신 표준을 맞추기 위해 모바일 칩 등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하지만 두 회사가 화웨이 프리미엄폰 공급에 적극적이지 않아 큰 성과를 거두진 못하고 있다. 버라이즌과 스프린트는 스마트폰 라인업이 많기 때문에 화웨이 제품을 추가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T모바일과 특허 분쟁을 겪는 상황에서 두 회사와 협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이 때문에 화웨이는 AT&T와 협력에 초점을 두고 의사를 타진하고 있지만 실제 파트너십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화웨이가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럽에서는 광고와 스포츠 후원 등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였지만 미국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애플과 삼성이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에 미국 통신사에 화웨이 프리미엄폰을 판매하라고 설득하기가 힘들다.
크리스 존스 캐널리스 애널리스트는 “통신사는 소비자가 이미 알고 있는 브랜드를 판매하는 것이 쉽다”고 설명했다. ZTE나 TCL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가 중저가폰 시장을 노리는 것과 달리 프리미엄폰 시장에서는 경쟁 상대가 강력하다.
화웨이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화웨이에 중요하기 때문에 인내를 가지고 대응, 장기적 성공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3분기 세계 및 미국 스마트폰 시장 업체별 점유율>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