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콘텐츠를 새로운 성장 동력 삼아 글로벌 진출을 확대한다.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형식 콘텐츠 개발, 글로벌 저작권보호 강화, 창작자와 불만 조율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네이버는 지난 22일 `네이버 커넥트 2017`에서 향후 5년 동안 5000억원을 콘텐츠와 기술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투자 규모를 기존보다 두 배 이상 늘렸다. 이와 별도로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손잡고 500억원 규모 콘텐츠 투자 펀드도 조성했다. 투자를 확대해 창작 생태계 조성과 네이버 채널에 들어갈 콘텐츠 확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카카오는 유료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중심으로 다양한 지식재산권(IP) 확보에 힘쓴다. 카카오페이지 사업 범위를 동영상까지 확대하고 광고 상품을 붙인다. 다음웹툰이 보유한 700여편의 오리지널 웹툰 작품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진출 돌파구로 삼는다. 중국 플랫폼 유료 제공을 늘리고 4월 진출한 카카오페이지 일본판 `피코마`도 내년 일일 거래액 1억원 수준까지 올리는 게 목표다.
인터넷 플랫폼 업체가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모바일 이용자 소비 패턴이 동영상과 이미지 중심으로 변하면서 콘텐츠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플랫폼 간 경쟁의 핵심 요소가 됐다. 구글, AT&T 등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도 직접 콘텐츠 기업 인수에 나섰다. 콘텐츠는 개별 서비스보다 글로벌 진출 성공 가능성이 높다. 적은 비용으로 실패 위험성이 낮고 한류 콘텐츠 수요층 공략이 용이하다.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등 기술 발전으로 나올 차세대 플랫폼 경쟁에도 유리하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최근 열린 비즈니스 콘퍼런스에서 “콘텐츠는 시공간을 뛰어 넘는다. 미래 새로운 플랫폼이 생겨도 콘텐츠는 계속 이용하고 국경도 뛰어 넘는다”면서 “IP 확보에 적극 투자해 콘텐츠가 해외 진출 선봉장이 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콘텐츠 강화에 따른 과제도 적지 않다. 현지 콘텐츠 수급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에서 기술과 결합한 새로운 형식 콘텐츠를 개발해 승부를 걸어야 한다. 해외 문을 두드린 콘텐츠는 많지만 성공을 거둔 것은 소수다. 콘텐츠에만 몰두할 경우 본연 경쟁력인 서비스에 소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국내 포털이 PC와 모바일 확산에 웹툰이라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든 것처럼 기술과 결합한 새로운 콘텐츠 생산으로 이어져야 글로벌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콘텐츠 강조가 신규 서비스 글로벌 진출 도전 의식을 무디게 해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창작자 불만을 조율하는 것도 과제다. 플랫폼이 콘텐츠 투자·생산·국내외 유통까지 책임지는 수직계열화가 진행되면 플랫폼 종속성 문제가 제기될 우려가 있다. 뉴스, 음원 등 플랫폼이 생산부터 유통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역에서는 이미 콘텐츠 창작자 진영에서 불만이 제기됐다. 중국, 동남아 등 저작권 인식이 취약한 해외에서 저작권 보호 방안도 강화해야 한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특정 미디어 플랫폼이 콘텐츠 생태계를 장악하면 지나친 독점을 경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라면서 “수익 분배와 저작권 등 창작자 권리 보장을 위한 객관적·합리적 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