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과학자들이 스마트폰 등 휴대전화에 묻은 개인 화학정보를 수사와 재판에 이용하는 방법을 연구했다고 뉴욕타임스가 22일(현지시간) 소개했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의 생화학자인 피터 도리스타인이 이끄는 연구팀은 개인 고유의 화학정보에 기초해 과학자 또는 수사관이 사람을 화학적으로 프로파일링할 수 있는가를 살피고자 휴대전화로 이를 실험한 뒤 관련 내용을 지난주 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하루에 1인당 평균 2617번이나 만진다는 휴대전화는 화학정보의 보고로 불린다. 이용자의 화장품 성분, 각종 미생물, 피부 각질, 머리카락 등이 묻는다.
연구진은 참가자 39명의 손과 다양한 화학물질이 묻은 이들의 휴대전화를 깨끗이 닦아낸 뒤 생화학 기술을 사용해 화학물질을 분석했다. 이어 크라우드소싱 방식으로 구축한 화학 구조와 일치하는 특정 화학물질을 규명했다.
참가자의 손과 휴대전화에 공통된 화합물에 근거해 연구진은 사용자가 차 또는 커피를 마시는지, 감귤류 과일을 좋아하는지, 햇볕 아래에서 주로 생활하는지 등 각 이용자 생활 습관을 추론했다.
도리스타인 박사는 실험 결과 “모든 분자가 실마리를 제공하진 않지만, 휴대전화 특정 소지자 또는 사용자의 생활 습관 개요를 알 수 있게 해준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를 지원한 미국 법무부 산하 사법연구소(NIJ)는 연구진 추론을 `분자생활방식서명`이라고 명명하고 특정인 유전자나 지문이 증거와 일치하지 않을 경우 사건 수사 대상자를 줄이는데 개인의 화학정보가 사용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수사에서 개인 화학정보 효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반응도 있다.
프레데릭 쇼어 버지니아대학 법학 교수는 사람의 유·무죄를 결정하는 형사 재판에서 감식 증거는 명백해야 하며 매우 높은 수준을 요구한다면서 화학정보를 이용한 기술이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수도 있으므로 실제 법정에서 증거로 활용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의견을 냈다.
노스웨스턴대학 행동과학자인 조너선 콜러도 화학정보가 수사에 도입되면 수사관이 다른 단서를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하고 부정확한 추론에 근거한 판결을 유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가령 나는 담배를 피우지도 않고 담배 연기 근처에도 가지 않지만, 어제 담배를 엄청나게 피우는 사람 곁에 있었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내 아이폰에 묻은 니코틴이 내 실제 생활방식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도리스타인 박사도 이런 점을 인정하면서 “화학정보가 수사 대상자의 수를 줄이고, 나중에 누군가의 신원과 합리적인 의심 이상의 유죄 가능성을 입증할지라도 궁극적으로는 전면 수사가 답”이라며 “수사를 도울 하나의 기법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