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철도(메트로) 전송망을 외산 장비로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프로토콜(IP) 서비스와 연동하려는 시도지만 국산 전송장비가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 국산 장비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메트로 시장에서 `외산` 채택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기술력 확보 등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항철도는 광전송설비 개선 사업 사전공고에 IP 기반 캐리어이더넷 장비 `IP-MPLS` 기술 규격을 명시했다. IP-MPLS는 인터넷 망과 연동하기 쉬워 차세대 전송장비로 불린다. 공항철도는 향후 철도통합무선망(LTE-R) 구축을 고려, IP 서비스 연계가 용이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산 전송장비 업계는 반발했다. IP-MPLS는 대부분 외산제품으로, 국내 전송장비업체는 생산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송장비 업체 관계자는 “IP-MPLS로 기술 규격을 제시하면 국내 업체는 참여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국산 장비(MSPP·MPLS-TP)는 일부 네트워크(L3) 연동이 IP-MPLS보다 쉽지 않지만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 외산장비 대비 30~50%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소기업간 경쟁 제품인 `광다중화 장치`로도 분류됐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에서 중소기업 판로 지원을 위해 우선 고려해야하는 제품이다. 국내 전송장비업계가 메트로 전송망에 국산 장비 도입을 강화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부산교통공사·한국도로공사·김포도시철도단이 MPLS-TP로 전송망을 구축하고 있다”면서 “메트로 주 전송망에 도입된 사례가 없는 외산장비 기술보다 안정적이다”고 설명했다.
IP-MPLS는 일부 시범사업에 적용됐지만, 핵심 전송망에는 사용되지 않아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반발에도 IP-MPLS 도입은 확산되는 추세다. 앞서 서울도시철도공사와 서울메트로가 IP-MPLS로 전송망을 개선하려고 시도했다. 대부분 IP 서비스 연동 등 다양한 기능을 확보하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가 2개 기관에 사업 재고를 요청하는 공문을 제출하는 등 논란이 불거졌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차세대 전송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장비를 고려하고 있다”면서 “국산 장비를 배제하려는 것 아니다”고 해명했다. 확정 사업 공고가 나지 않아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일부 전문가는 메트로 시장에서 IP 서비스를 위한 전송장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판단했다. 외산과 국산 전송장비 대결 구도가 갖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산 기술 규격만 고집해서는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전문가는 “장기적으로 차세대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연구개발(R&D) 투자가 확대돼야 할 것”이라면서 “MPLS-TP 기능 고도화 등 개선 작업으로 외산 장비와 겨룰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한다”고 덧붙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