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비수익사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에는 스티브 잡스 유산이라 할 수 있는 무선 라우터(공유기)사업을 정리한다. 10월 새 무선 라우터를 선보인 구글과 대조되는 행보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수익성이 높은 제품에 집중하기 위해 무선 라우터 개발 부서를 폐쇄하고 직원들을 다른 부서로 재배치했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1년 동안 무선 라우터 팀을 폐쇄하고 엔지니어를 다른 제품 개발 그룹으로 분산시켰다고 밝혔다. 애플은 2013년 이후 무선라우터 신제품을 내놓지 않아 사업철수설이 떠돌았다.
현재 애플은 △에어포트 익스프레스 △에어포트 익스트림 △에어포트 타임캡슐 등 3가지 종류의 무선 공유기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애플은 1999년 미국 맥월드에서 스티브 잡스가 `에어포트 베이스 스테이션`이라는 1세대 제품을 공개한 이래 1~2년에 한 번씩 새로운 무선 기술을 접목한 모델을 출시했다.
그러나 무선라우터는 애플에서 `기타 제품`으로 분류될 만큼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했다. 애플워치와 애플TV 등이 포함된 기타 부문은 지난해 매출은 111억달러, 매출 비중은 5%에 그쳤다. 디링크와 넷기어, 벨킨 등 무선기기 전문 업체 제품에 밀려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무선라우터 사업을 포기하면 애플 생태계 연결성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무선음악재생 등 애플 무선라우터 일부 기능은 아이폰이나 맥컴퓨터 등 애플 디바이스만 지원한다. 애플이 무선라우터 판매를 중단하면 다른 스마트폰이나 PC가 진입할 여지가 생긴다.
애플 행보는 무선 공유기를 홈허브로 자리매김하려는 구글과 비교된다. 구글은 지난해 무선 라우터 `온허브`를 출시한 데 이어 10월 4일 자체 생산한 무선 라우터 `구글 와이파이`를 선보였다. 구글은 구글 와이파이 출시를 기점으로 집안에서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연결하는 허브를 만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애플의 사업정리는 올해 모니터에 이어 두 번째다. 올해 초 애플은 모니터 자체 생산을 중단했으며 10월에는 LG전자를 통해 고해상도 모니터를 공급받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