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클로즈업]트럼프는 어떻게 트럼프가 되었는가

Photo Image

세계적으로 `막말` 정치인이 인기를 얻고 있다. 그동안 막말은 정치인에게는 금기사항이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가 예상을 깨고 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막말의 정치적 효용성이 재평가 받고 있다.

사람들은 왜 막말에 매료될까. 억눌려왔던 본성을 일깨워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인들은 차별금지법 등 법적·사회적 제한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속으로 삭히는 경우가 많았다. 고상한 말만 해야하는 상황을 질려했다.

특히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넌덜머리를 냈다. 정치적 올바름은 말을 할 때 차별적 요소가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말에서 민족이나 종교, 인종, 성적 편견이 개입되지 않도록 적합한 표현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가 너무 정치적 올바름이란 틀에 사로잡혀 경직되자 `더 이상 못 참겠다`는 심리가 발동하기 시작했다. 정치적 올바름을 요구하는 것도 또 다른 `파시즘`이라는 반발이 생겨났다.

트럼프는 이런 유권자 심리를 파고 들었다. 그는 “정치적 올바름이 미국을 망치고 있다. 정치인들이 문제 핵심을 얘기하지 않는다. 그러니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현실 공간에서 억눌린 미국인의 본능을 대변할 수 있는 존재로 자신을 포지셔닝한 것이다. 이런 전략은 “어디 감히 노예였던 흑인 따위가…”나 “무슬림 주제에 미국사회에 발을 붙이려 하다니…”라는 속마음을 갖고 있는 백인 하위 계층의 폭발적 호응을 얻었다. 여성차별, 인종차별 발언을 서슴지 않고도 표를 끌어올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처럼 그의 발언은 나름대로 논리가 있다. 이 책은 지금까지 그의 발언 뒤편에 숨어있는 논리와 프로세스, 그리고 그것에 반응하는 미국인의 심리를 심도 깊게 담았다.

정치 새내기 트럼프의 부상을 고깝게 여기는 미국 정치 기득권 세력과, 그의 미숙함을 질타하는 언론이 만나 트럼프에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했다. 그러나 그를 지지하는 탄탄한 계층에서는 나름의 논리로 무장한 트럼프를 밀었다. 물론 공개석상에서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밝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것은 자신은 고결하고, 성숙하고, 사람들에게 따뜻한 것으로 포장했던 자신의 가면을 벗어던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익명의 공간에서는 트럼프를 얼마든지 지지할 수 있다. 미국인들은 실생활에서는 극단적인 트럼프 발언을 비난하면서도 막상 투표장에 가서는 트럼프에 표를 찍었다.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투표 결과가 달랐던 이유다.

트럼프 현상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 현재 진행형이다. 트럼프에 쏟아지는 탄탄한 지지 계층은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고립주의 기조가 언제든지 고개를 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가 주장하는 고립주의적 정책 파장을 미리 예측하고, 달라질 세상을 내다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극우 바람`이 거세다. 필리핀이 그랬고 영국도 그랬다. 설마설마했던 영국의 EU탈퇴(브렉시트)가 현실화됐다. 어수선한 시대를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를 하나만 꼽자면 단연 `각자도생(各自圖生)`이다. 새로운 글로벌 트렌드에 빠르게 적응해야 할 때다.

홍장원 지음, 한스미디어 펴냄, 1만38000원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