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후 320m 더 주행…오토파일럿 오작동 가능성
내년 초 우리나라 출시를 앞두고 있는 테슬라 전기자동차 자율주행 기능인 `오토파일럿(Auto Pilot)`이 심각한 오작동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미국에서 일어난 운전자 사망사고에서도 충돌 후 멈췄어야 할 차량이 320m나 더 진행했다는 의혹이 국내외 전문가에 의해 제기됐다.
10일 전자신문이 입수한 지난 5월 미국 테슬라 자율주행 전기차 사고 분석 자료에 따르면 `모델S`가 자율주행 중에 대형 트레일러와 충돌한 후에도 320m가량을 더 주행했다. 자료는 해당 사고로 목숨을 잃은 테슬라 차량 운전자 측이 제조사인 테슬라를 상대로 법정 소송을 벌이기 위해 현지 사고분석업체 S사에 의뢰해 제작한 영상 시뮬레이션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사고는 미국 플로리다 고속도로 교차로에서 대형 트레일러가 좌회전을 하다가 테슬라 `모델S`와 충돌했다. 당시 차량 앞쪽 창문이 트레일러 바닥 부분에 부딪혔고, 이 사고로 테슬라 전기차 운전자는 사망했다.
자료를 보면 사고 당시 자동변속 기능은 작동하지 않았으며, 충돌과 함께 트레일러 밑을 통과한 테슬라 차는 약 320m를 더 나아갔다. 갑작스럽게 회전한 트레일러도 감지 못한 것도 시야각 등 약점을 드러냈다. 충돌로 인해 차 지붕이 날아갈 정도로 큰 충격이 있었지만 주행을 멈추지 않은 것이 오토파일럿으로서는 더 심각한 오작동이란 분석이다.
또 당시 사고 차량과 동일한 모델S에는 최대 화각 80도로 추정되는 전방 감지카메라가 2대만 장착돼 있었다. 사고 당시 카메라 2개로 전방을 감지할 수 있는 화각이 최대 160도였다는 얘기다.
이후 지난 9월 한국에서 주행테스트를 한 차량(모델S P85D)에는 전면 중앙에 카메라 3대로 1대 추가됐다. 사고 이후 급박하게 감지카메라 수를 늘렸다는 정황으로 읽을 수 있다.
S사 자문위원은 “사고 당시 테슬라차는 트레일러 옆면이 하얀색이어서 오토파일럿 시스템이 다가오는 트레일러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이후 전방 카메라를 추가한 건 이번 사고처럼 급회전을 감지하는데 종전 기능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 자문위원은 “테슬라 오토파일럿은 완벽한 주행 성능 레벨인 5단계가 아니라 3~4단계 수준인 데도 마치 완전 자율주행인 듯 외부에 알려온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운전자 과실은 피할 수 없게 됐지만 충돌 후 320m가량 추가 주행한 것과 뒤늦게 카메라를 추가한 건 스스로 부족한 성능을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테슬라 자율주행 전기차 사고 사례>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