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보호무역주의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세계경제 질서가 펼쳐진다. 무역 등 글로벌 산업 지형이 바뀐다. 수출이 주력인 우리나라도 변화와 대응책 마련이 요구된다. 트럼프 시대에 글로벌 경제 지형과 우리 대응책을 다섯 차례에 걸쳐 진단한다.
트럼프의 승리는 영국 브렉시트(EU 탈퇴) 연장 선상에 있다. 두 상황 모두 세계주의 반발이 표심으로 연결됐다. 기득권의 이익을 위해 국경없이 자유롭게 오가는 자본과 시장이 국내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소외층의 불만이 폭발했다. 트럼프는 이 점에 주목했다.
트럼프는 “당신들 자동차 산업을 멕시코가 빼앗아갔다. 그걸 내가 돌려주겠다”라는 간결한 메시지로 민주당 표밭인 러스트벨트(쇠락한 북동부 공업지대)에서 승리, 대권을 잡았다. 그동안 해 온 국제 사회에서 미국 역할보다 국내 문제 해결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에 지지자들이 환호했다.
트럼프는 취임 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철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멕시코·중국 수입품에 고율 관세부과 등 극단의 보호무역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모두 세계경제 질서를 뒤흔드는 대형 이슈다.
보호무역 수단으로 반덤핑 및 상계관세 부과 이외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지식재산권 보호 관련 법 집행, 국가 안보를 근거로 한 수입 규제 등을 강화할 전망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 세계 확산이다. 미국에서 시작한 보호무역 바람이 세계 각국에 연쇄 반응을 일으켜 글로벌 교역을 얼어붙게 할 수 있다.
우정엽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0일 “내년에 치러질 독일 대통령, 프랑스 총리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국제사회에 대한 선진국의 전략 태도가 매우 달라질 가능성이 짙다. 트럼프 당선은 불확실성 해소보다 또 다른 불확실성을 낳았다”고 진단했다.
트럼프는 대내 경제정책을 보호무역주의 연장선상에서 추진할 것이다. 미국 내 일자리 창출 기업에 감세 등 `당근`을 주겠다는 것이다. 감세로 가처분소득을 늘려 중산층을 복원하고 기업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법인세 인하는 더 큰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 법인세율은 35%다. 세계에서도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높은 법인세 때문에 애플, 구글 등이 법인세가 낮은 외국으로 나가고 결국 일자리 부족으로 이어졌다고 트럼프는 보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기업이 자산을 본국으로 유턴하면 법인세를 10%만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유럽연합(EU) 등에서 탈세 의혹을 받고 있는 애플 같은 기업에 매력을 끄는 제안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급진 보호무역 정책을 그대로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국 주요 기업 가운데 100% 내수기업과 금융주를 제외하면 이들 기업의 해외 매출 비중은 52.2%다. 미국이 보호무역을 강화해 상대방도 보호무역 조치를 취하면 이들 미국 기업도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930년 미국이 불황 타개를 위해 스무트-홀리 법을 제정하면서 유럽 국가들과 보복 관세 경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악화시킨 경험이 있다”면서 “G20 등 국제협의에서 보호무역주의 타파를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주요 공약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