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키워드는 `불확실성`이다. 자국 경제도 그렇지만 글로벌 경제도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연속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
우리나라 경제라고 예외일 순 없다. 대미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한다면 당장 수출 위주 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불가피하다. 또 중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면 우리나라 수출은 양대 교역국 모두에서 위기에 빠진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지난 11일 `2017 경제전망`에서 우리나라 내년 성장률이 올해 예상치 2.5%보다 0.1%포인트(P) 하락한 2.4%로 전망했다.
연구원은 대외 수요 부진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의 영향으로 수출·제조업 위축이 이어지고 소비 등 내수마저 둔화 국면에 진입, 경기 부진이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 정부는 부정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트럼프 공약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 불확실하고, 실제 정책으로 나와도 강도나 시기에 따라 영향이 다르다”면서 “감세나 규제 완화, 재정 지출 확대 등 경기 부양책도 있어 이런 점은 경제에 긍정 요소”라고 밝혔다.
집권 단계별로 다르게 시장에 파장을 줄 것이란 의견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단기로 볼 때 우리 경제에 긍정이지만 중장기로는 부정이란 분석을 내놨다.
트럼프 집권 초기에는 감세와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소비재와 자본재 수요가 늘면서 수출이 수혜를 보겠지만 중장기로는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대미 직접 수출과 우회 수출이 모두 부진에 빠지고, 원화 강세로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당선 후에 유화 태도로 돌아섰고 선거 공약도 다듬어지는 과정을 거칠 수 있어 섣불리 어둡게 볼 수만은 없다.
금융시장은 다음 달 미국의 금리 인상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이변이 없는 한 기준금리를 올릴 전망이다.
하지만 트럼프 진영이 주장해 온 급격한 금리 인상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임기는 2018년 2월까지로, 비둘기파를 대표하는 그가 임기 중간에 그만둘 가능성은 없다.
트럼프가 선거 기간에 옐런 의장을 정치색이 짙다고 비판하면서 임기 연장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최소 1년의 동거는 불가피하다. 이는 현 체제 유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내년에 급격한 경제 변화가 없는 한 기존에 언급한 두 차례 금리 인상 시행 가능성이 짙다.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한국은행도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주열 총재는 “금융 안정이 우선”이라면서 “미국이 올린다고 해서 우리가 곧바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주식 시장은 뉴욕증시가 지난 주말 이틀 연속 상승했고 다우지수도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 특히 금융주와 산업주의 약진이 주목된다. 국내 코스피도 9일 폭락 이후 10일 정상을 찾았으며, 금융주는 트럼프 효과에 힘입어 수혜주로 떠올랐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3일 “트럼프의 정책은 2003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정책과 일맥상통한다”면서 “당시 코스피와 S&P500에서 공통으로 강세를 보인 산업재와 소재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원은 “구조조정 효과로 정보기술(IT) 분야가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최근 한 달 간 코스피 추이>
이성민 코스피 전문기자 smlee@etnews.com